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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전투 시작” 호언했지만… 사실상 ‘백기’ 든 이란 [이스라엘·이란 확전일로]

입력 : 2025-06-18 19:00:00 수정 : 2025-06-18 22: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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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불개입 전제 핵협상 재개 용의
이란 내부선 신정통치 불만 커져
정권 ‘이너서클’ 분노도 심화 분석
하메네이 위상·입지 급변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엿새째 이어지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이란의 수세 흐름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이란은 이미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아랍국가들에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항복 선언에 가깝다.

“자비 없을 것” 지난 2022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학생들과 질의응답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모습.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7일(현지시간) 엑스(X)에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을 적대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적으며 ‘성전’을 다짐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은 표면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날 새벽 엑스(X)에 “테러범인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우리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메네이는 영어 게시물 외에 페르시아어로 “하이다르의 고귀한 이름 아래 전투가 시작됐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을 이어가겠다고도 발언했다. 하메네이는 영상연설을 통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 개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미군기지들을 보복 공격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설치, 미 해군 함정의 작전 수행을 가로막거나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재개하는 등의 상황도 점쳐진다.

 

하지만 하메네이의 신정 정치에 대한 내부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메네이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 이후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메네이의 살해까지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상황이다.

 

이란의 불안정성은 오래전부터 내부에서 축적돼 왔다. 권위주의적 신정 통치에 대한 불만, 오랜 경제 제재로 만성화한 민생고와 양극화 등 사회적 모순이 체제 존속을 위협할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첫 공습 다음날인 14일 이란이 그동안 군사력 강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고 주장했음에도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을 전혀 방어하지 못한 데 대해 정권 ‘이너서클’의 분노가 크다고 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이란 내 혼란이 커지면서 강경파와 온건파 갈등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란 정치는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신정 체제를 수립한 이후 종교적 이념을 기반으로 한 강경파와 서방에 덜 적대적인 온건파가 끊임없는 힘겨루기를 이어왔다. 하메네이가 내부적으로 미국에 협상을 요청하면서 공개적으로는 ‘성전’을 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를 간파한 이스라엘은 정권 붕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16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란 핵프로그램 제거, 탄도미사일 생산 역량 제거, 테러의 축 제거 등 단기적 전쟁 목표를 언급하며 “이러한 작전이 확실히 (이란)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거나 심대한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공격이 조만간 마무리되더라도 하메네이의 위상과 입지는 이전과 같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강제하는 핵 프로그램 포기를 수용하고 미국·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는 대전환이 하메네이에게 가장 현실적 선택지이나 자칫 신정체제 와해로 인한 입지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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