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건전지 제조업체인 에너자이저와 듀라셀이 건전지 수명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17일(현지시간) 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듀라셀은 최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에너자이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에너자이저의 최근 광고가 발단이 됐다. 에너자이저는 새 광고에서 에너자이저 맥스 건전지가 ‘듀라셀 파워 부스트 건전지보다 10% 더 오래 간다’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에 듀라셀 측은 “허위 광고”라며 “평판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건전지 수명이 10% 더 길다는 에너자이저 측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비영리단체인 미국국표준협회(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의 개인위생 제품 기준으로 두 브랜드의 AA 배터리를 비교한 것이지, 배터리 성능은 다른 표준에 의해서도 측정된다는 것이다.
듀라셀 측은 “이러한 광고는 에너자이저 맥스 배터리가 모든 듀라셀 배터리보다 오래 지속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두 건전지의 성능과 관련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오도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듀라셀은 광고 중단과 금전적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에너자이저 측은 듀라셀의 소송 제기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양측의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회사는 2019년과 2020년에도 소송을 벌였다. 에너자이저는 2019년 듀라셀의 옵티멈이 경쟁 제품보다 오래 지속한다는 광고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듀라셀은 2020년 에너자이저 맥스 배터리가 다른 배터리보다 최대 50% 오래 지속한다는 광고를 문제 삼았다.
양측이 자발적으로 소송을 철회하면서 건전지 수명 신경전은 불분명하게 끝났다.

듀라셀과 에너자이저는 ‘토끼’를 두고 싸운 적 있다.
듀라셀은 1970년대부터 분홍색 토끼 캐릭터를 광고에 사용해왔다. 그런데 에너자이저가 1980년대 말 북 치는 분홍색 토끼 캐릭터를 가지고 나온 것이다. 북 치는 토끼 상표권도 등록하면서 듀라셀이 미국 내 마케팅에서 분홍 토끼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았다.
에너자이저는 2016년 듀라셀이 광고에 분홍 토끼를 사용했다며 상표권 침해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북 치는 토끼 이미지에만 상표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에너자이저의 소송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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