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눈이 입체성을 인지하는 ‘입체시’ 기능이 떨어지면 인지기능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안과 김기영 교수팀(경희대 의과대학 김미지 교수·조현진 연구원·박연정 학부생)은 입체시 저하가 노인의 인지기능 저하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입체시는 두 눈에 맺힌 영상의 미세한 차이를 바탕으로 사물의 거리와 깊이를 인지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이 저하되면, 거리감각, 공간이식, 위치 파악 등에 어려움을 느끼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노인노쇠코호트 데이터에 근거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 1228명을 대상으로 입체시 평가도구인 티트무스 검사를 시행한 후, 결과에 따라 3단계 그룹(△우수 : 40-60초각 △보통 : 80-200초각 △나쁨 : 200초각 초과)으로 구분했다.
이후 그룹별로 언어기억력 평가(단어목록 기억·회상·인식하기), 집중력 평가(숫자 외우기), 처리속도(기호 잇기), 전두엽기능평가검사 등을 시행해 인지기능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입체시 기능이 낮을수록 다양한 인지영역, 특히 기억력, 실행 인지기능(전두엽 검사), 시공간 탐색 능력(처리속도 검사) 등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러한 평가 점수를 바탕으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주로 사용되는 통계기법인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진행한 결과, 입체시 기능이 낮은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인지기능 장애 위험이 최대 1.71배 높았다. 이는 시력, 질병력, 안과 질환력 등의 변수를 모두 통제한 결과다.

김기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입체시는 단순 시력과는 다른 고유한 시각 처리 능력으로 뇌의 전두엽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입체시가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 있음을 확인한 첫 사례”라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원장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도 있는 인지기능 분석을 위해 일반 간이 정신상태 검사 외에도 다양한 평가법을 활용했으며, 사회·경제적 요인, 청력, 안과질환 등 다양한 변수를 통제해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했다”며 “노인의 정기적인 입체시 검사는 인지기능 저하와 기능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평가와 개입이 필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 제목은 ‘지역 사회 거주 노인의 입체시와 인지 기능 간의 연관성 : 단면 연구’이며, 노인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BMC 노인의학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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