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과의 접촉면 넓고 구조적으로 미세한 틈…박테리아 쉽게 달라 붙어
전문가들 “단순한 헹굼 이상의 철저한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추 등 잎채소에 서식하는 특정 박테리아가 젊은 층 대장암 증가의 한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보건당국은 상추 등에서 흔히 검출되는 변종 대장균인 ‘STEC(Shiga Toxin-producing Escherichia coli, 시가 톡신 생성 대장균)’ 감염률이 최근 7년 사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20일 밝혔다.
STEC는 일반 대장균과 달리 ‘시가 독소’를 분비한다. 대장뿐 아니라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균은 ‘콜리박틴’이라는 또 다른 독소를 생성해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시 급성 혈성 설사, 경련성 복통,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의 감염병 전문가 폴 헌터 교수 연구팀은 최근 상추 섭취와 관련된 STEC 감염 사례 35건을 분석했다.
이 중 8건은 채소 가공 단계에서의 부실한 위생 관리가 원인이었다. 6건은 재배지 주변의 가축 배설물과 직접적 연관이 있었다.
헌터 교수는 “잎채소류는 STEC 감염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며 “상추는 표면이 주름지고 거칠어 세척만으로 균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 감염 위험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오이, 토마토, 피망 등도 생으로 먹지만 땅과 직접 맞닿지 않는 구조로 자라 오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상추와 같은 잎채소는 토양과의 접촉면이 넓고 구조적으로 미세한 틈이 많아 박테리아가 쉽게 달라붙는다.

기후 변화도 감염률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고온다습한 날씨는 STEC의 증식을 촉진한다”며 “폭염 이후 내린 폭우가 오염된 토양을 작물에 확산시켰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잎채소를 보다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세척하고, 손으로 문질러 여러 번 헹구는 방식이 기본이다. 식초를 탄 물에 1분간 담갔다가 헹구는 ‘담금 물 세척법’을 병행하면 세균 제거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상추는 건강에 이로운 채소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STEC 감염 사례가 증가하며 젊은 대장암과의 연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최근 20~30대 사이에서도 대장암 발생률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헹굼 이상의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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