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노출된 주민들 “확실한 보상 원한다”
프랑스 의회가 1960∼1990년대 태평양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실시된 핵무기 실험과 관련해 프랑스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는 이날 보고서에서 “과거 프랑스가 해외 영토에서 실시한 핵실험으로 수만명의 주민이 유해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이 초래한 공중보건 위기는 프랑스 정부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핵실험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깊은 분노의 원인으로 남아 있다”며 “이는 식민지 섬 주민들의 삶을 무시하는 인종차별적 태도의 증거”라고 규탄했다.

프랑스는 자주 국방을 외친 샤를 드골 대통령이 취임한 1959년 이후 핵무기 개발을 본격화했다. 1960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이던 알제리의 사막에서 첫 핵실험에 성공했다. 그런데 1962년 알제리가 프랑스에서 독립하자 핵실험을 할 장소를 구할 길이 막막해졌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태평양의 자국령 폴리네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1966년부터 30년간 프랑스는 폴리네시아의 모루로아 환초(環礁·산호섬)와 팡가타우파 환초 지대에서 총 193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섬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대기권 및 지하 핵실험도 포함됐다.
1970년대 들어 태평양 섬나라 피지와 통가는 프랑스 정부에 강력한 항의를 제기했다. 남태평양 도서국들의 정상회의인 남태평양포럼(SPF)은 프랑스를 상대로 핵실험 중단을 촉구했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가까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시민들이 프랑스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남태평양 일대에서 프랑스의 핵실험은 1996년에야 중단됐다. 이후 섬 주민 일부를 상대로 건강 검진을 실시했으나 방사선 노출이 확인돼 보상을 받은 이는 불과 수십명에 불과했다. 많은 주민들이 여전히 프랑스 정부의 보상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프랑스 의회는 “프랑스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근본적인 화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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