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 증거를 검찰이 확보했다. 그간 논란이 된 ‘인지 여부’를 둘러싼 쟁점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다음 주 검찰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2차 출석 요구를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지난 4월 25일 재수사에 착수한 뒤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 여사가 2009년부터 약 3년간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나눈 통화 녹음 파일 수백 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파일에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의 통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운용한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에 40% 가량의 수익을 배분하기로 했다고 언급하는 내용과,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관리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단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될 경우 주가조작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블랙펄인베스트먼트는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2차 작전(2010년 10월 21일~2012년 12월 7일)을 주도한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곳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에 40%가량의 수익 배분을 약속한 배경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자산관리사 등에 주식 계좌 운용을 맡길 경우 합의에 따라 투자 수익 중 일부를 관리사에게 지급하는 약정을 맺는 경우가 흔하다. 그 비율을 40%까지 약속하는 건 이례적인 만큼 김 여사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사이에 모종의 거래나 대가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김 여사에게 “늦어도 다음 주 중에 서울고검 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다만 김 여사는 지난 16일 극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이를 이유로 검찰 조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해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본인 명의 증권계좌 6개를 타인에게 위탁하거나 요청에 따라 매매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사용됐다는 사실은 4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지하거나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