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이외에 주소지 두면 누구나 대상
출시 한달 만에 5046명이 발급받아
지역 내 음식점·숙박시설·카페 등
149곳서 할인 받을 수 있어 큰 호응
레고랜드 등 일부 관광지서도 혜택
지역소멸 문제 해법 기대감 확산돼
주민등록 인구 유입 선순환 전망도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민수(39)씨는 매일 아침 경춘선을 탄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1시간이면 회사가 있는 강원 춘천시 남춘천역에 도착한다. 일주일 중 닷새를 춘천에서 보내지만 그는 서울시민이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서울에 집을 구했다는 김씨는 “온전히 서울에서 머무는 시간은 사실상 주말 이틀뿐”이라며 “직장동료는 물론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강원도 분들이다 보니 때로는 내가 서울 사람인지, 강원도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교통수단 발달로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생활권이 다른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지를 두고 서울로 출퇴근 혹은 통학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트렌드에 발맞춰 2023년부터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상 인구에 체류인구를 더해서 산정한다. 여기서 체류인구는 주민등록지 이외 지역에서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을 일컫는다.

내년부터 인구감소지역 보통교부세 산정에 생활인구 항목이 반영되는 등 생활인구가 새로운 인구 지표로 급부상하면서 지자체들은 이들을 붙잡기 위한 정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18개 시·군 가운데 12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강원도는 ‘생활인구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 정책이 생활도민증이다. 생활도민증을 발급받은 외지인에게 혜택을 제공, 방문·체류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도는 지난달 1일부터 생활도민증 발급을 시작했다.
◆강원생활도민증 발급받는 방법과 혜택은?
17일 강원도에 따르면 강원생활도민증은 강원도 이외 지역에 주소를 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강원혜택이지’ 누리집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자동으로 발급된다. 도는 행정안전부 공공마이데이터와 연계해 회원가입 시 입력한 주소로 도외 주민 여부를 확인한다. 강원도 이외 다른 지자체에서 생활도민증을 발급받을 경우 누리집 회원가입 후 발급신청서를 작성하고 생활도민증을 내려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편리한 방식이다.

사용은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제휴처에 비치된 정보무늬(QR)코드 안내판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스캔하면 된다. 누리집으로 연결되면 로그인하고 생활도민증을 보여주면 끝이다. 현재 도와 제휴를 맺은 업체·시설은 총 149곳이다. 음식점이 60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공공시설(32곳), 숙박시설(21곳), 카페(19곳) 순이다. 대표적 할인시설은 국내 최초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다. 현장에서 생활도민증을 보여주고 입장권을 구매하면 20% 할인해준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이 제공된다. 도는 제휴처를 지속해서 늘려나갈 방침이다.
출시 한 달째인 이달 9일 기준 5046명이 강원생활도민증을 발급받았다. 서울(29.2%)과 경기(39.4%) 등 수도권 거주자가 전체 발급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도는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생활도민이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 강원도, 생활인구 전국 1위
강원도는 2021년 춘천·원주·강릉·동해·속초시, 인제군 등 6개 시·군을 제외한 12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인구감소지역은 연평균 인구 증감률과 출생률, 고령화 비율 등 8개 지표를 기준으로 5년마다 평가를 통해 지정된다. 춘천·원주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 역시 ‘관심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강원도 전역이 인구감소에 따른 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주민등록상 인구는 감소세지만 강원도에 머무는 체류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3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에 따르면 강원도 체류인구는 주민등록상 인구보다 11.8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서핑성지로 유명한 양양은 이 수치가 28.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여름 인구 2만7000명인 양양에 76만1400명이 머물렀다는 뜻이다.
강원도를 찾는 체류인구 특성도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 지역에서 당일치기 비중이 가장 높은 데 반해 강원도는 단기체류(2~5일)를 선호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한 달 중 21일 이상 숙박하면서 생활한 ‘장기 거주 체류인구’ 비중도 강원도가 가장 높았다. 도는 수도권 인근에서 누릴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혜택을 구비한 생활도민증을 바탕으로 생활인구를 계속해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역소멸 문제 해법…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도가 생활인구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문제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인구가 증가하면 도로 등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확충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주민등록상 인구가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 은퇴 후 귀농을 하거나 주말 농장을 꾸리려는 이들도 강원도를 경험했다면 우선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자연 속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농촌유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도가 생활인구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강원도의 경우 철도·도로 건설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타당성을 평가할 때 면적 대비 인구가 적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실제로 강원 남부지역에는 고속도로가 없다. 생활인구 소비활동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는 점도 기대효과 중 하나다. 지난해 3분기 체류인구가 지역에서 쓴 돈은 주민등록상 인구가 쓴 돈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았다.
도는 생활인구보다 한 차원 발전된 ‘복수 주소제’ 도입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복수 주소제는 두 군데 이상 지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해 추가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독일 등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주용 도 지역소멸대응정책관은 “복수 주소제 도입 시 산업, 고용, 생산 등 모든 분야에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강원연구원 연구 결과가 있다”며 “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김진태 강원도지사 “강원 방문때 모바일도민증 필수 …밥부터 숙박까지 할인의 연속”
“강원생활도민증이 있으면 강원도를 200% 즐길 수 있습니다.”
강원도는 제주도와 함께 국내 관광지 선호도 1·2위를 다투는 관광도시다. 서핑성지로 떠오른 양양, 일출명소 동해, 국토 정중앙 양구 등 18개 시·군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지만 그만큼 무엇을 어떻게 누려야 할지 고민된다. 강원도를 오롯이 즐기는 방법은 뭘까. 김진태(사진) 강원도지사에게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강원생활도민증’을 꼽았다.
김 지사는 17일 세계일보와 만나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 강원생활도민증을 활용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쉽고, 빠르고, 편리한 강원 방문 필수품”이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실제 생활도민증만 있으면 강원도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각종 놀이시설 즐기고 씻고 잠자는 모든 과정이 할인의 연속이 된다. 일부 매장에서는 각종 무료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김 지사는 세계일보 독자들에게 강원도를 찾아달라고 당부하면서 “특히 올해와 내년이 관광 적기”라고 추천했다. 관광객 2억명 시대를 목표로 ‘2025·2026 강원 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매달 다양한 이벤트와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6월 추천 여행지인 고성·영월지역 일부 리조트에 숙박할 경우 식음료와 여행지 입장권을 제공하는 식이다. 도는 매달 18개 시·군 중 2곳을 추천 여행지로 선정, 또 다른 혜택을 주고 있다.
김 지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제휴에 동참해준 강원지역 음식점·카페·숙박업소 등 자영업자들에 대한 감사 마음을 전했다. 그는 “생활도민제도와 강원 방문의 해 취지에 공감하고 희생과 노력으로 힘을 보태 주신 분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앞으로 제휴시설을 대상으로 인증 명패를 제공하는 등 자긍심과 보람을 갖고 지속해서 함께할 수 있도록 도에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지 묻자 김 지사는 복수 주소제를 언급했다. 그는 “생활인구제는 지역소멸 대응방안인 복수 주소제 이전 단계”라며 “인구감소지역에서 실제 생활하는 사람 3명 중 1명이 해당 지역 주민등록이 없어 행정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선 체류인구 대상 행정 편의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복수 주소제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춘천=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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