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주요도시에 미사일 공습
트럼프 “싸워서 해결해야” 뒷짐
푸틴, 정상과 통화로 틈새 외교
G7 회의선 교전 성명 없을 듯
어느 국제 분쟁에도 개입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 정책으로 국제사회가 무질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하루 만에 끝내겠다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3년을 넘어서도 종식될 기미조차 없다. 이스라엘은 무장정파 하마스를 사실상 궤멸한 데 이어 이란 공습에 나서 중동 사태가 악화일로에 놓였다. 유엔마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서 국제사회의 무질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촉발된 양국 간 직접 교전은 나흘째 이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란군의 미사일 반격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란 중부 지대지미사일 기지를 집중 타격했다. 이란도 “공격받는 중에 협상은 없다”며 미사일 공격으로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때로는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적극적 중재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사실상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묵인하는 듯한 미국 입장이 확인됨에 따라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리더십 부재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 나흘째인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요 도시 곳곳에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외곽에서도 이란 미사일 공격 직후 곳곳에서 화재가 목격됐다. 수도 텔아비브에선 미국대사관 분관과 불과 수백m밖에 떨어지지 않은 호텔의 창문이 날아갔고, 주거용 건물 여러 채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란이 이날 텔아비브와 하이파 등을 공습하는 데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손쉽게 통과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교전 나흘간 최소 24명이 숨지고, 600명가량이 다쳤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양국 사이 휴전)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협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때로는 국가들이 먼저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며 “나는 협상이 이뤄질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이란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냐는 질문엔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는 이란의 보복 공습 등으로부터 중동 지역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방어를 계속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에 대한 G7 정상 간 입장차로 회원국들의 공동성명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이란 양국 정상과 잇달아 전화 통화를 하고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앞서 13일 푸틴 대통령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잇달아 통화했다. 그는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도 재차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미·이란 핵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고 크레믈궁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 과정에서 시간끌기를 하며 서방의 압박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이 격화하는 중동 위기를 기회 삼아 위기를 탈출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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