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몸의 뼈 내부에는 골수 조직이 있는데, 이 골수에서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 세포를 만든다. 이 혈액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정상적인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의 생성이 억제되는 게 혈액암이다.
이 중 다발골수종은 악성림프종, 백혈병에 이어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혈액암이다. 매년 국내에서 약 2000명 이상이 새롭게 진단받고 있으며,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 오애순의 남편 양관식의 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16일 서울성모병원은 혈액암 다발골수종의 최근 12년간의 치료 성적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평균보다 2∼3배 높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국내 난치성 혈액암의 치료 성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창기·박성수·이정연·변성규 혈액병원 다발골수종센터 교수팀은 12년간 치료받은 다발골수종 환자군(1291명)을 조사한 결과 중앙 생존기간이 80.5개월(2010-2021년)이었다. 조사 대상 환자의 절반 이상이 6년 넘게 생존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평균보다 2∼3배 높은 수치다.

환자 맞춤형 치료 설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의 적극적 활용, 신약 기반 유지요법, 고위험군 대상 최신 면역항암제(이중항체, CAR-T 등)의 선제적 도입을 통해 환자 개별 위험도에 따른 정밀 치료 체계를 구축한 것이 생존기간을 높인 비결이라고 서울성모병원은 설명했다.
또 감염내과를 비롯한 여러 임상과 의료진과의 다학제 통합 진료 시스템 뿐 아니라, 혈액암 전문 간호사들의 면밀한 관리를 통해 항암치료의 부작용 관리 및 지속적 치료 순응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다발골수종(질병코드: C90, 다발골수종 및 악성 형질세포신생물)으로 병원을 방문한 우리나라 환자 수는 2014년 5566명에서 2024년 1만1219명으로 2배 증가하였다. 우리나라 다발골수종 환자의 연령대는 50대부터 증가하여 80프로 이상이 60대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발골수종은 암세포가 뼈를 침범하여 골절, 빈혈,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을 유발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최근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재발이 잦고,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아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혈액암이다.

민창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다발골수종센터 교수는 "증상에 적합한 항암제를 투여하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치료가 아니라, 환자 개인별 취약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맞춤치료와 함께 치료 후에도 면밀히 관리해나가는 전략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세계 수준의 다발골수종 치료 성적을 유지하고, 나아가 면역항암제의 치료 반응 예측 연구도 함께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수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다발골수종센터장은 "이번 생존률 결과는 단순히 치료 성적을 넘어, 환자 중심의 통합적 진료와 근거 기반의 치료 전략이 실제 임상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치료 성과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과 장기 생존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는 국내 최고의 다발골수종 치료 모델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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