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하루 평균 5만명 찾아
생태계 복원 생물 다양성 증진
오세훈 “서울 시내 334㎞ 물길
시민들이 머무는 공간 만들 것”
올해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서울 시내 곳곳의 수변 공간을 통해 시민들 간 접촉면을 늘려 파편화된 공동체를 회복해 나가자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시는 ‘수변감성도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해 수변을 시민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 삶의 질을 높일 방침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청계천은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성동구 중랑천 합류부로 이어지는 도시 하천이다. 총연장 8.12㎞ 중 5.84㎞가 2005년 9월30일 2년여간의 공사 끝에 복원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약 1538만명, 하루 평균 5만명이 찾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또 청계천 복원을 통해 주변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복원돼 생물 다양성이 증진됐다. 청계천에 서식하는 곤충, 식물, 어류, 조류 등 생물종은 복원 직후인 2006년 342종에서 2022년 666종으로 16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2003년 붕어 등 4종에 불과하던 청계천 어류는 올해 쉬리 등 21종으로 보다 다양해졌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종인 쉬리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만 살아 청계천 수질이 그만큼 좋다는 증거다.
오세훈 시장은 1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워터 서울 토크 콘서트’에서 “서울 시내 334㎞나 되는 물길과 녹지 공간을 생활 속에 끌어들여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변 공간을 ‘수(水)세권’으로 만드는 수변감성도시를 구상한 계기를 상세히 설명했다. 오 시장은 “15년 전 독일 프라이부르크 출장이 영향을 줬다”며 “조그마한 도시인데 시내 한복판 아스팔트 옆에 폭 20㎝ 정도의 물길이 흐르는 게 굉장히 부러웠다”고 돌아봤다.

오 시장은 그때의 경험으로 2010년 남산 북측 산책로에 실개천을 조성했다. 오 시장은 “남산 산책로를 산책하거나 뛰는 시민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 곳곳에 물길을 만들고 새 단장을 하는 수변감성도시를 구상하게 됐다”며 “수변을 머무는 공간, 힐링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행복감을 많이 느끼게 해 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 시장은 또 “물소리를 들으며 남산을 걸으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면서 “제게 수변은 ‘위로’의 의미를 가진다”는 소회도 털어놨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연사들은 청계천 복원과 수변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학)는 “청계천 복원은 도시 패러다임을 ‘비움’의 공간으로 바꾼 전환점”이라며 “우리가 뭔가를 계속 채우려고만 했는데 누가 점유하지 않고 항상 비어 있는 공간, 모두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 단체인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김덕원 공동 대표는 “청계천의 물이 증발하며 열을 흡수해 도시 열섬 완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시가 지금처럼 수질 관리를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6·25 참전 용사 후손인 독일인 인플루언서 일라이다 아심길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광화문 앞 청계천에 오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서울의 수변을 상업 시설과 연계해 공동체를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유 교수는 “요즘은 대부분 장 보기를 온라인 공간에서 해결해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모이는 매력적인 수변을 상업 시설과 잘 연결하면 다른 사람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어 사람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공동체가 단단하게 완성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는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11일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해 물 순환과 수변 공간을 통한 도시 회복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청계폭포에서 광통교에 이르는 청계천 상류 구간은 22일까지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정성국 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청계천이 지난 20년간 도시의 품격을 성공적으로 높인 경험을 바탕으로, 수변감성도시 정책을 통해 서울 전역의 물길을 시민들 삶과 더 긴밀히 연결하고 있다”며 “서울을 세계적인 수변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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