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57명 중 31명 암으로 숨져
잦은 야간·교대 근무 등 영향 관측
5년간 공무상 질병 인정은 단 1건
공상추정제에 ‘암’ 추가방안 추진
질병으로 사망한 경찰관 절반이 암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잦은 야간·교대근무와 현장근무에 따라 경찰의 암 유병률은 일반 국민보다 월등하게 높지만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는 사례는 최근 5년간 한 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경찰은 이에 일부 암을 공무상 질병 추정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경찰청이 2012~2022년 질병으로 사망한 경찰관을 분석한 결과 54%가 암 관련 사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 평균 57명의 질병 사망 경찰관 중 31명이 암으로 숨졌다. 일반 국민은 2022년 기준 질병으로 사망한 24.1%가 암 관련이었는데, 이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암 사망자가 많은 것이다.

경찰관에 흔히 나타나는 암은 방광암, 폐암,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등 4개로 나타났다. 2020년 경찰청 정책연구에 따르면 경찰의 폐암 유병률은 60.2%로 소방(30.7%)에 비해 2배 높았고, 방광암 유병률도 경찰이 28.4%로 소방(20.2%)에 비해 높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직무의 70%가 야간·교대근무 중이고 현장에서 미세먼지, 디젤배기가스 등 발암물질에 노출된 영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경찰의 암 질환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경찰의 직무가 다양하고 인사이동이 잦아 직업성 암으로 인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청은 2023년부터 시행된 공상추정제에 경찰 직종이 걸리기 쉬운 일부 암 질환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상추정제는 공무수행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질병의 입증 부담을 줄여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소방의 경우 화재진압·구조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대원이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중피종 등의 암이 발병된 경우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경찰관 직업성 암질환 관련 순직·공상 입증지원 사업’을 시작해 공무상 질병 입증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의 암 질환 발생도 업무와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통계와 전문가 소견 등 연구에 착수한 상태”라며 “공상추정제를 개정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경찰관의 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경찰관이 일반 근로자에 비해 전립선 암이 1.47배, 대장암이 1.39배, 악성흑색종이 2.27배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에서도 경찰이 일반 근로자에 비해 비호지킨림프종이 3.34배, 뇌종양이 2.92배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