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텔아비브에 보복 공격
美와 6차 핵협상은 결국 무산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 나와
한국 에너지 수급 불안감 고조
이스라엘의 대대적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이란과의 무력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군사시설에 이어 가스전 등 핵심 에너지 기반시설로 공습 범위를 확대하고 나섰고, 이란 역시 이스라엘 본토를 미사일로 겨냥해 에너지시설 등을 파괴했다.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 협상은 결국 취소됐다.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3일 새벽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타깃으로 펼쳐진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은 전날 밤부터 가스전과 정유공장, 저장소 등 주요 에너지 시설로까지 확대됐다. 이란 남부 걸프해역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일부도 이스라엘의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다.
이번 가스전 공격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외국의 적대 세력이 이란의 정유시설을 전면 공격한 첫 사례다. 이스라엘군은 지대지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저장고와 발사대가 있는 지하시설도 공습했다. 이란도 이스라엘 본토 곳곳을 향해 탄도미사일 수백 발과 드론 수십 대를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다. 특히 전날밤 이스라엘 물류·공업 중심지 하이파 정유공장의 송유관과 송전선을 미사일 공격하며 에너지 시설 타격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보복 공습에 민간인이 사망했다며 “이란은 아주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또 한번의 보복을 다짐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먼저 “공격을 멈춘다면 물론 우리도 보복 조치를 중단할 것”이라고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이란이 이스라엘 압박을 위해 중동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도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가 급등 등 경제·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가 배럴당 74.23달러로 전장보다 7.0% 급등하는 등 타격이 일부 현실화했다.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하지만 당장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스라엘이 수년 전부터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활동을 기반으로 이번 작전을 준비해 온 만큼 이란과의 군사충돌은 수주 이상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란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에 미국이 사실상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날 오만 무스카트에서 예정됐던 미국과의 6차 핵협상을 취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안보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현지 우리 교민들의 상황을 잘 파악해 피해가 있는지, 피해 예방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챙겨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유가와 환율, 주가 등 변동이 커지는 점을 언급하면서 “외부 충격 때문에 우리 경제가 더 이상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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