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외교적 해결 멀어져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시설을 포함한 국토 전역을 대규모 타격하자 전 세계 시선이 두 국가뿐 아니라 1만㎞나 떨어진 워싱턴의 백악관으로 향했다. 이번 작전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너무나 명백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란을 외교적 수단으로 압박해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상황이기에 공습 이후 그의 말과 행동에 더욱 주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 때부터 꾸준히 이어온 친이스라엘 성향을 여전히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평화협상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문제도 논의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레믈궁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약 50분간 전화 통화했다며 이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정세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도 이스라엘의 이란 내 표적 공격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엄청난 죽음과 파괴가 발생했지만, 이 학살을 끝낼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이미 계획된 다음 공격들은 이보다 더 잔혹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같은 날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는 공습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고 주장했고, 미국 NBC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는 “그들(이란)은 나와 대화하려고 전화해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관련한 모든 상황을 자신이 컨트롤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는 시각도 커져가고 있다. 미 CNN방송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끝내 대규모 공습을 강행하면서 그간 외교적인 방법으로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전쟁이 각각 장기화하던 와중이라 오히려 ‘두 개의 전쟁’이 자칫 ‘세 개의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까지 됐다고 덧붙였다.
공습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낸 공식 반응에 이 같은 당혹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은 당시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해 군사행동을 단행했고,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란은 미국을 공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맹국 이스라엘에 대한 방어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미국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경고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번 공습을 둘러싸고 미국 ‘트럼프 진영’ 안에서도 긍정적 견해와 부정적 견해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온다. 전자는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공화당의 전통적 주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면, 후자는 공화당의 신흥 주류인 ‘마가’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어 자칫하면 트럼프 진영 내에서도 의견 대립이 짙어질 가능성까지 내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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