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이 불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7개 구 아파트값이 매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 기준 강동·영등포 등 5개 구도 최고가 대비 90%를 넘어섰고, 강북·노원·도봉구까지 80%대 중반 수준까지 회복했다. 서울 집값은 19주 내리 상승하며 지난주 작년 8월 이후 최대 폭인 0.26%나 올랐다.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세가 강북권과 과천·분당 등 경기도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다 문재인정부 시절 ‘미친 집값’이라 불리던 2020∼2021년 부동산 광풍이 재연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즐비하다. 우선 공급부족 우려가 커진 가운데 다음 달 대출 규제에 앞서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수요까지 겹쳤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인 5조6000억원이나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KB국민 등 5개 은행의 가계대출도 2주도 되지 않아 2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기준금리 인하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예고로 시중에 돈이 넘쳐날 것이라는 전망도 투기심리를 자극한다. 여기에 ‘진보 정부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불안감이 ‘패닉 바잉’(공포 매수)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가장 확실한 처방전은 시장이 깜짝 놀랄 정도로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급이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만 줘도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문 정부는 공급을 외면한 채 징벌적 세금과 분양가 상한제 등 수요 억제에 집착하다 부동산 광풍을 자초하지 않았나. 새 정부는 과거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 잡는 정책은 펴지 않겠다”고 했는데 옳은 인식이다.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 규제 완화로 서울 주택공급의 80∼90%를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게 급선무다.
거시경제운용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와 2차 추경이 필요하지만 불난 집값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과도한 경기 부양책은 자제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에는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응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투기과열지구 지정·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투기억제책을 시행하고 대출 고삐도 바짝 죄어야 한다. 집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