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없어 투자 수요 대거 몰려
압구정 현대 등 감정가 20억 초과 낙찰
인접 마포·성동도 매각가율 100% 훌쩍
매각률은 40% 그쳐 ‘옥석 가리기’ 뚜렷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규제 틈새를 노린 투자 수요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 등이 겹치며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매각가율(낙찰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한 매각가율 상승세가 점차 인접 지역으로도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다만 매각률(경매 건수 대비 매각 건수)은 아직 40% 수준에 머무르며 ‘선별적 낙찰’ 분위기가 여전한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15일 직방이 법원경매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각가율은 96.5%로, 2022년 6월(103.0%)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각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용어다. 지난달 경매시장에서 낙찰이 이뤄진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가 감정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경매는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으나 수요가 몰리면 입찰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써내며 매각가율이 오르게 된다.
직방은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매각가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낙찰가가 감정가 웃도는 사례도
최근 서울 아파트 매각가율 상승세에는 우선 강남 3구 및 용산구 전체로 확대 재지정된 토허구역의 규제 틈새를 노린 투자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토허구역으로 묶이면 아파트 매매 거래 시 실거주 2년 의무가 적용되는 것과 달리 경매 물건은 실거주 규제에서 자유로워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97㎡는 7명이 입찰하며 감정가(72억원)보다 20억원 이상 높은 93억6980만원(매각가율 130.1%)에 낙찰됐다.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받아도 현재 매매시장 호가보다는 저렴하다는 판단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옥션은 ‘5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서 “강남권 아파트의 낙찰가율 강세가 인접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재개발 예정지 내 빌라(연립·다세대)에서도 고가낙찰 사례가 잇따랐다”고 분석했다.
실제 직방이 분석한 지난달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매각가율을 보면 마포구(113.7%), 성동구(108.5%), 중구(108.4%), 영등포구(107.2%), 강남구(103.4%), 광진구(103.0%)에서 감정가를 넘는 낙찰 사례가 나왔다. 마포구 대흥동 마포자이2차 전용 85㎡는 매각가율이 130.9%로, 감정가(16억5000만원)보다 비싼 21억5999만원에 낙찰됐다.
직방 관계자는 “고점 대비 가격 안정에 대한 인식과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입지 경쟁력이 있는 매물에 대한 응찰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매각률은 낮아… 신중한 응찰 분위기”
고공 행진하는 매각가율과 달리 경매 물건 중 실제 낙찰로 이어진 비율을 뜻하는 매각률은 지난달 평균 40.0%에 그쳤다. 전체 경매 물건 중 10건 중 6건은 유찰됐다는 의미다.

매각가율 1위를 차지한 마포구의 매각률은 14.8%였고, 용산구(14.3%), 송파구(16.7%) 등도 10%대에 머물렀다. 입지와 조건이 우수한 일부 매물에서는 감정가를 초과한 낙찰도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요자는 가격과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며 신중한 응찰에 나서는 분위기라는 게 직방의 설명이다.
직방은 “가격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여전히 입지와 가격 요건이 맞는 일부 매물에만 응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매각률이 낮고 일부 매물에서만 높은 매각가율이 나타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보다 선별적인 판단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울과 함께 최근 경매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은 세종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 매각가율은 97.7%로 전월(82.3%) 대비 15.4%포인트 급등했다. 세종시 아파트 매각가율은 최근 1년간 70∼80% 선에서 오르내렸으나 지난달 갑자기 90%대로 뛰어올랐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국회 세종의사당 신속 설치 등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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