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겨냥해 “그린란드 합병 반대” 메시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그린란드를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면하기 전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에 반대한다’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외국의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마크롱의 그린란드 방문은 15일 오전 이뤄진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자금을 지원하는 수력발전소 시찰, 기후 변화가 빙하에 미치는 영향 점검, 북극 안보를 주제로 한 대담 등 그린란드에서의 일정을 마치면 전용기를 타고 캐나다로 날아가 G7 정상들과 합류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대서양을 건너 곧장 캐나다로 이동하는 대신 그린란드를 경유하는 노선을 택한 셈이다.

마크롱의 그린란드 방문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옌스-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의 공동 초청에 따른 것이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영토이긴 하나 외교, 국방을 제외한 내정은 자치정부가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프레데릭센은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뒤 여러 차례 파리를 방문해 마크롱과 정상회담을 갖고 프랑스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덴마크 정부는 마크롱의 환심을 사기 위해 프랑스산 지대공 미사일 도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에 마크롱은 미국을 겨냥해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프랑스 국내 여론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에 매우 부정적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의 무려 77%가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조사 대상자의 43%는 미국의 그린란드 침공을 막기 위해 프랑스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까지 찬성하고 나섰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그린란드에 자국 병력을 배치하는 것을 제안했으나, 덴마크는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일단 거부한 상태다.

덴마크와 그린란드에선 마크롱의 방문을 환영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덴마크 국제문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BBC에 “마크롱이 그린란드에 온다는 것 자체가 미국 국민과 트럼프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어느 그린란드 주민은 “마크롱은 프랑스 대통령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중요한 인물”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트럼프를 겨냥한 마크롱의 발언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말을 아끼며 “그린란드 방문 자체가 곧 메시지”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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