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항소심 재판부가 군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박 대령이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어겼다는 내용이다.

서울고법 형사4-1부(지영난 권혁중 황진구 부장판사)는 13일 첫 공판기일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1심을 담당한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 1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조사기록의 민간 경찰 이첩 보류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박 대령의 항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군검찰은 항소심에서 “박 대령이 김계환 사령관과 정종범 부사령관으로부터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전달받았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김 전 사령관을 명령 지시자가 아닌 전달자로 간주하고, 박 대령이 장관의 명령을 전달받고도 따르지 않은 건 곧 국방부 장관의 명령에 대한 항명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날 “변경된 공소장에 국방부 장관의 명령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군검찰은 명령이 명시적이지 않다고 해도 당시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에게 내려진 명령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정이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 공소사실과 변경 내용의 동일성, 사실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일련의 과정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육하원칙이 모두 변경돼야 하는데, (공소장 변경은)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방부 장관까지 올라간다면, 장관에게 명령한 주체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해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열리는 2차 공판에서 김계환 전 사령관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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