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진행 중인 핵협상과 관련 비관적 전망이 나오던 중 이스라엘이 이란 핵프로그램을 겨냥한 전격적인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이란 최고위 군 관계자들이 사망했다. 이란은 ‘가혹하고 결정적인’ 보복을 시사해 중동 정세가 다시 격변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란 국영매체는 13일(현지시간) 오전 6시30분쯤부터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전역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선제 타격으로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살라미 장군 외에도 최소 4명의 고위 당국자가 사망했다. 이란 핵과학자 페레이둔 압바시 다바니, 모함마드 메흐디 테헤란치도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 공격 대상엔 이란의 핵시설, 방공 시설, 고위 관계자의 자택과 본부, 무기고 및 연구소 등이 포함됐다.
민간인 피해도 발생했다. 이란 국영매체 IRNA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12명이 숨졌다. 이란 국영 매체에 따르면 테헤란 주민들은 거대한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으며 테헤란 동부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등 주요 시설에서 화재와 연기가 목격됐다.
이스라엘 측은 사전 예방 성격의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핵무장을 향한 이란의 움직임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즉각적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공격이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 및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주요 시설들을 겨냥한 것임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이란 우라늄 농축 핵심 기지인 나탄즈 핵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군사 작전이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을 이틀 앞두고 발생했다. 최근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던 중 최근 핵 협상 타결 전망이 어둡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1일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중동이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는 (중동 지역 대사관 직원 등의) 이동을 통보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은 단독 행동(unilateral action)을 취했다”며 미국은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고 미군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비상 안전 회의를 소집했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면서도” 이란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중앙사령부(CENTCOM)는 중동 지역에 있는 미 대사관과 군 기지들에 대해 직원 일부의 자발적 철수를 승인했다.
이란과의 핵협상을 순탄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또다른 과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핵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을 이끌어가면서 동시에 푸틴 대통령에게 이란 문제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폭격 훈련을 반복해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이란의 방공망이 상당 부분 타격을 입자 핵시설 공격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준비를 서둘러왔다. 지난달 미국에 이란의 핵 물질 농축 시설을 공습하겠다는 의중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5일 미국과 이란이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기로 한 6차 핵 협상 뒤 이스라엘이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는데 공격 시점이 다소 빨라진 것이다.
이란의 보복을 우려한 이스라엘 시민들은 대피소와 방탄 안전실로 피신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보복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손을 뻗어 사랑하는 우리 조국의 주거지역을 공격했다”며 “그 어느때보다 악랄한 본성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대변인은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에게 강력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보복은 가혹하고 결정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란 고위 관계자는 국영 매체에 이스라엘 전투기를 요격하기 위해 이란 전투기들이 이륙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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