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진수식 도중 좌초했던 신형 5000t급 구축함을 23일 만에 수리해 화려한 진수식을 개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진수식에 딸 주애를 대동해 여유로운 표정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 지시대로 ‘6월 당 전원회의 전 복구’ 목표를 달성했지만 정상적인 작동을 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이 6월 12일에 라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이 구축함이 넘어져 21일 불발됐던 진수식을 다시 강행한 것이다. 북한은 당시 넘어진 구축함 위에 파란 천을 씌워놓은 장면 등이 위성사진에 고스란히 찍혀 굴욕을 당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격노하며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 사실도 전해졌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이 함정의 함급은 지난 4월 진수한 '최현급'이라고 밝혀 5천t급 구축함임을 확인했고, 함명은 '강건호'로 명명됐다.
빨치산 출신인 강건은 일제 강점기 때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했으며 정권 수립 후 초대 인민군 총참모장 겸 민족보위성 부상을 지냈고 6·25전쟁 때 전사한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다시 열린 진수식에서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두주일여만에 함을 안전하게 세우고 물에 띄웠으며 오늘은 이렇게 계획한 바대로 당 중앙전원회의를 앞두고 완전한 복구를 결속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치 못한 황당한 사고로 당황실색”했었다며 지난달 사고를 언급한 그는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적 행위”였다고 거듭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사고 복구과정에 구축함설계의 안정성과 기술적 우수성이 확인되고 함선건조에 관한 발전적인 견해들도 확립“되었다거나 “무책임성과 경험주의에만 쩌든 비과학적인 태도와 관점들에 강한 타격을 주었다” 등으로 이번 일의 의미를 강조하고, 회복력을 어필했다.
북한은 해군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미국 등에 대결구도를 이어간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이 없어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남북관계를 고려한 신중한 메시지 관리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4월25일 ‘최현’ 호 진수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한·미가 정세를 악화시키고 도발적 행위를 상습 감행한다는 주장과 함께 9차례에 걸쳐 남한을 거론한 바 있는데 이번 ‘강건’ 호 진수식에서는 이러한 언급이 전혀 없다.
통일부는 “구축함의 외형상 결함은 확인되지 않으나 정상기능 수행 여부는 지속적인 주시가 필요하다”며 “구축함이 건재함을 주장하기 위해 진수식 직후 함무장 실사격 시험을 실시하는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선체가 직립해 청진에서 나진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아 선체 변형·파공 등 심각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주요 장비가 침수·손상된 경우 원상 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해상에 접안했던 ‘최현’ 호 진수식과달리 건도크 내에서 진수식을 진행한 것은 상당한 추가 수리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현’ 호 진수식 후 사흘 만에 첫 무장 시험 사격(4월28∼29일)을 한 만큼 이번 진수식 직후에도 실사격 시험이 이뤄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관측된다.
한편 북한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청진조선소 현대화직장 제관1작업반장 조금혁'이 순직했다면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유가족에게 '사회주의애국희생증' 수여를 약속했다.
진수식 관련 사진에서는 해군을 상징하는 흰색 정장을 차려입은 딸 주애도 등장했다. 아버지보다 키가 커 보이는 각도로 촬영된 사진도 있어 김주애의 위상을 암시했다.
해군 사령관이 김명식에서 박광섭 상장으로 교체된 사실도 배포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북한 구축함은 지난달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열린 진수식 도중에 배 뒷부분이 물에 먼저 들어가고 뱃머리가 육지에 걸리면서 넘어졌다. 김 위원장은 사고를 직접 목격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고 6월말로 예고된 제8기 제12차 당 전원회의 전까지 수리를 마치라고 지시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는 “청진조선소 사고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건’ 호 진수 성공으로 신속하게 전환, 체제의 기술·조직적 회복력을 과시하는 점이 특징”이라며 “해군 현대화를 혁명적 사변으로 포장하며 앞선 사고를 성공 서사로 전환해 내부 결속과 대외 신뢰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강건’ 호의 동해·태평양 작전 능력과 “섬멸의 보복타격”을 언급한 부분은 구축함이 핵미사일(순항미사일, SLBM)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시사하며, 한·미·일 해군에 대한 비대칭 억제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