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기·개체수 급증 등 영향
포획 힘들어… 유해종 지정도 한계
“둥지 주변 피하고 머리 보호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에서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는 이동호(59)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별안간 까마귀가 날아와 공격한 것이다. 이씨는 “뒤통수를 무언가가 쪼아서 돌아보니 까마귀였다”며 “저공비행하며 보행자를 공격하고 날아갔다”고 했다. 서초동 주택가에는 ‘까마귀 주의! 행인을 공격하는 사례가 발생하니 주의를 요망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까마귀 습격을 당했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서울시와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를 중심으로 까마귀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 서울소방본부의 조류 신고 출동 중 까마귀가 원인인 경우는 2022년 49건에서 2023년 108건, 지난해 10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조류 전체의 신고 건수가 2022년 492건에서 지난해 563건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강남의 경우 지난해 까마귀 관련 출동 건수가 16건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았고, 동남권역은 전체 100건 중 36건을 차지했다. 시 관계자는 “큰부리까마귀와 관련한 구조 요청이나,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등의 피해 신고가 주로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점검에 나선 서초구청 산림과 직원도 “까마귀 업무가 하루 10건 정도 된다”고 호소했다.
서울 도심에서 까마귀가 사람과 충돌을 빚는 이유로는 번식기에 예민해진 까마귀에게 사람이 위협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통상 3∼6월은 까마귀 번식기로 새끼들이 있는 도로나 낮은 나뭇가지 옆을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큰부리까마귀 개체수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2021년 최창용 서울대 산림학부 교수는 국내 조류 종 분포를 분석한 논문 ‘지난 20년 동안 한국 번식조류의 감소’에서 “2000년 전후 30%였던 까마귀 출몰 확률이 20년 사이에 70∼80%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늘어난 까마귀는 도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 교수는 “도시에 먹을 것이 있는 곳이나 둥지 틀 곳을 학습한 것”이라며 “경쟁자인 까치 수가 줄어든 것도 영향이 있다”고 짚었다.
까마귀를 관리할 방법은 묘연하다. 시 관계자는 “도심에서 총을 쏴 포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 교수도 “유해종으로 지정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하나의 종을 인위적으로 줄이면 다른 종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억력이 좋은 까마귀는 한번 공격한 사람과 장소를 기억하기 때문에 둥지가 있는 곳을 우회하거나 모자나 우산 등으로 머리를 보호할 것을 조언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