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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대신 청소만” “비자로 추방 위협”…필리핀 가사관리사 부당 대우 심각

입력 : 2025-06-12 18:20:11 수정 : 2025-06-12 18: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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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서 15명 증언 공개

계약과 달리 가사업무 비중 높아
업체에 불만 제기하자 “벌금내라”
“계약 조항 위반 땐 강력 제재를”

“지금까지 아이 돌보는 일은 한 번도 한 적 없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그냥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입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현장에서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 횡행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12일 공개됐다. 대부분 업무가 아이 돌보기라고 했던 업체 약속과 달리 가사관리사들의 가사 업무 비중은 높았고, 업체로부터 ‘추방 협박’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 입국 후 버스로 이동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모습. 연합뉴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6월16일)을 앞두고 서울특별시의회가 서울 중구 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가 4∼5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5명을 인터뷰한 결과가 공개됐다. 인터뷰 대상자 중 대학 이상 졸업자는 7명, 15명 전원은 케어기버(Care giver·돌봄 도우미) 자격증 소지자인 고급 인력이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아이 돌봄 전문가를 도입했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가사 업무가 많아 필리핀 케어기버들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차적이며 가벼운’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 계약 내용과 달랐다는 것이다. 한 가사관리사는 “하우스키핑(살림)을 하고 온 집을 청소한 다음에야 두 아이를 돌본다”고 했고, 다른 가사관리사도 “아이 돌보는 일을 하지 않아 업체에 가정을 바꾸고 싶다고 했지만 바꿔줄 수 없다는 답이 왔다”고 했다.

업체에 불만을 제기했을 때 오히려 협박받은 가사관리사들도 있었다.

한 가사관리자는 “‘생리 팬티까지 빨래한다’고 토로하자 업체는 ‘불만을 제기한 대가로 벌금 만원을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업체가 비자로 위협한다”, “추방될까 봐 두려웠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협의된 업무 이외의 일을 요구하는 등 이용계약 조항을 위반한 경우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며 가사관리사를 하인처럼 부리는 소비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이른바 ‘나쁜 소비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서비스를 제한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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