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재정비 위해 다자외교 나서야 의견
美·유럽, 대러 압박수위 높이는 상황서
中·러 견제에 동참 비칠 수 있어 의견 갈려
野선 “우려 불식 위해 참석 조기 확정을”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15일부터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예고한 데 이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일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을 묻는 말에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가는 게 좋겠다. 갈 가능성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과 뉴질랜드, 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4개국(IP4)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왔다. 외교가 등에서는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 등으로 빚어진 국정 공백 상황을 해소하고, 국내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국제행사 참석을 후순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 취임 후 곧장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기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논의 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에 “(임기 초 해외 순방은) 시간이 너무 부족한 만큼 가장 필요성이 높고 중요한 국제행사로 제한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대로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외교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지난 7일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서둘러 발표한 것도 그런 판단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나토 정상회의까지 잇달아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외교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에 다자외교 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 상황으로 보인다.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외교 라인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위 실장은 과거 노무현정부 당시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노선을 설정하자는 ‘자주파’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동맹파’ 논쟁 당시 동맹파의 중심인물로 분류된 바 있다. 위 실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전략을 총괄하며 한·미동맹, 한·일 협력,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핵심 기조로 유지해왔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정상 통화 순서가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이어진 것을 두고도 이런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결정을 두고 고심이 이어지는 상황이 위 실장과 노무현정부 당시 자주파로 분류됐던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의 견해차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는 흐름에 동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G7,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어떤 선택이 국정 운영에 더 도움이 되느냐를 두고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에서도 나토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갈등설이 제기되는 사실 자체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조기에 확정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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