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력 확대 불구 보급량은 저조
2035년 1억8600만대 수요 전망
삼성 시스템 에어컨 현지 큰호응
“공간 효율”… 작년 판매량 20%↑
LG, 고효율 무기로 상업용 선전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 수주도
글로벌 공조 업계의 시선이 동남아 에어컨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경제 발전으로 인한 소비 확대, 저조한 에어컨 보급률 등이 겹쳐 폭발적인 시장 성장세가 점쳐진다. 현재 일본 업체들이 동남아 에어컨 시장을 점령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점차 판매량을 늘려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은 향후 10년간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요 증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부터 2035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25%를 동남아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잦아졌고 에어컨 사용량이 늘면서 전력 소비가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IEA는 구체적으로 동남아 내 에어컨 수가 2023년 3700만대에서 2035년 1억86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기간 연평균성장률(CAGR)은 16.6%이다. 전망치를 2050년(4억5700만대)까지 늘려도 CAGR이 20년 넘게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9.8%에 달한다.

급격한 성장세를 점치는 배경엔 가정 내 에어컨 보급률이 자리한다. 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13.2%)와 필리핀(13.9%)에서 에어컨을 갖춘 가구는 10%대에 불과했다. 동남아 에어컨 시장의 ‘큰손’인 태국(35.8%)과 베트남(41.1%)은 전 세계 평균(37.4%) 내외의 보급률을 보이지만 이들 나라가 열대 기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당장 일본의 경우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온대 기후에 속하지만 에어컨 보급률은 89.5%에 달한다.
동남아 에어컨 시장은 현재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다이킨을 필두로 파나소닉, 미쓰비시까지 ‘1강 2중’ 구도가 형성됐다. 이들 모두 동남아에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해 전 세계로 에어컨을 공급 중이다. 다이킨과 파나소닉은 태국과 베트남, 미쓰비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에 공장을 지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동남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동남아에서의 시스템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동남아 내 인테리어 열풍이 불면서 시스템에어컨의 높은 공간 효율성이 주목받은 것이다. 전체 판매량을 견인한 에어컨 모델은 ‘원웨이 카세트형 무풍에어컨’으로, 높이 135㎜의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설치가 용이해 판매량이 35%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동남아에서 가정용 에어컨뿐 아니라 기업간거래(B2B) 냉난방공조 솔루션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필리핀 마닐라 고급 주거·상업 지역의 ‘럭셔리 레지덴셜 타워’, 인도네시아 발리 사누르 해변의 ‘발리 비치 호텔’ 등 대규모 시설에 원웨이 카세트형을 포함해 다양한 제품을 대량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LG전자도 가정용, 상업용 에어컨 판매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상업용 에어컨의 경우 동남아 내 친환경 기조에 맞춰 고효율 에너지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수주가 많아졌는데, LG전자는 최근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의 초대형 물류센터 수주에서 제조사 중 유일하게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서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타르타의 북서쪽 땅그랑 공장에서 에어컨을 제조하며 현지 생산 체제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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