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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극한의 생존 능력자 ‘드문섬모쌍눈썹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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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2 23:10:28 수정 : 2025-06-12 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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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우리 주변에는 현미경 없이는 볼 수 없는 수많은 작은 생명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바닷속도 예외는 아닌데 그중 하나가 이름부터 독특한 ‘드문섬모쌍눈썹충’이다.

2006년 우리나라 남해 연안에서 처음 발견된 이 생물은 몸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 안팎이라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크기의 단세포 원생생물이다. 몸 주변에 난 섬모(cilia)를 이용해 움직이고 먹이를 포획하는데 이름처럼 입 주변에 길게 난 섬모가 마치 눈썹처럼 보인다고 하여 ‘쌍눈썹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놀라운 사실은 이 생물이 혹한의 남극 바다, 특히 세종과학기지 앞 해역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남극까지는 적도를 지나며 ‘남극순환해류’라는 물리적 장벽이 존재하는데, 이는 작은 생물들이 스스로 뚫고 이동하기에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럼에도 동일한 종이 남극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은 이 생물이 매우 뛰어난 생존능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남극에서 발견된 드문섬모쌍눈썹충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개체보다 약간 더 크다. 이는 19세기 독일 동물학자 카를 베르그만이 제시한 ‘베르그만의 법칙’을 떠오르게 한다. 이 법칙은 같은 종이라도 기온이 낮은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가 기온이 높은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에 비해 더 큰 몸집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으로, 부피 대비 표면적이 큰 개체일수록 체온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세포 생물에게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극에서 발견된 개체의 상대적으로 큰 크기는 혹한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일 가능성을 시사하며, 극지 생물의 생리적 적응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은 것이 소중하다’라는 말처럼, 우리 눈에 직접 띄지 않아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미세한 생명체들이야말로 지구 생태계의 근간을 떠받치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박경민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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