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등 영향에 0.4%P 낮춰
현실화 땐 2008년 이래 최저치
美는 2024년 2.8%서 올 1.4%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관세전쟁’이 세계경제를 혼란 속으로 휘몰아 놓은 가운데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3%로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특수한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최저 수치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을 연초 제시했던 2.7%에서 0.4%포인트 하향 조정한 2.3%로 발표했다. 전망치인 2.3%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두 차례의 경기침체기를 제외하고는 2008년 이래 최저치가 된다고 세계은행은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드라이브로 인해 높아진 글로벌 무역 관련 긴장과 정책 불확실성이 성장률 전망 하향을 이끌었다. 세계은행은 이러한 영향 속 전 세계 경제주체의 70%에 대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관세전쟁 주도국인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1월 제시된 2.3%에서 1.4%로 대폭 하향됐다. 지난해의 2.8%와 대비하면 성장률이 ‘반토막’이 날 수 있다고 예상된 것이다. 세계은행은 내년에는 미국이 다소 반등한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마저도 1월 예측에 비해 0.4%포인트 내린 수치다.
반면 미국과 가장 격렬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1월의 예측치와 동일한 올해 4.5% 성장(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 내년 4% 성장이 예상됐다. 관세전쟁을 촉발한 미국이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볼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로존과 일본도 성장률이 하향됐다. 유로존은 올해 0.7% 성장, 내년 0.8% 성장이 각각 예상됐는데, 이는 1월 전망치에 비해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1월 전망치보다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 낮은 올해 0.7%, 내년 0.8% 성장을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또 올해 개발도상국의 거의 60%가 성장률 둔화를 겪으며 평균 3.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5%대를 기록했던 개도국들의 2010년대 성장률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아울러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의 올해 성장률은 4.5%로 둔화하고, 내년 4%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역시 1월 수치 대비 각각 0.1%포인트 하향됐다.
다만, 세계은행은 “주요 경제국들이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 글로벌 성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고 전제를 달았다. 5월 말의 관세 수준을 향후 절반으로 낮출 경우 2025년과 2026년 글로벌 성장률이 평균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인더미트 길은 “높은 수준의 정책 불확실성과 무역 관계의 커지는 해체 추이로 인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악화했다”며 “신속한 방향 수정이 없으면 생계 수준에 미칠 악영향이 심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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