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중심 기업 성장 전략서
일반 주주 권한 강화 방향 전환에
李 당선 이후 5거래일 순매수세
9개월간 셀 코리아 기조서 변화
증권가 목표 지수 3240 등 상향
월가도 韓 투자 의견 ‘비중확대’
새 정부 정책 진행 속도가 ‘관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각종 증시부양책에 그간 코스피를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훈풍이 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선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오천피’(코스피 지수 5000)도 허언이 아니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李 증시부양책에 응답한 외인 투자자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661억원 매수우위를, 기관들은 2287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5거래일 동안 순매수세를 기록하며 지난 9개월 동안 이어졌던 ‘셀 코리아’ 기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매수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삼성전자(1.18%)와 SK하이닉스(4.12%) 등 대형 반도체주에 몰리면서 주가를 밀어올렸다. 두산에너빌리티(6.46%), 삼성물산(4.15%), 현대차(2.03%), 기아(2.54%) 등의 상승폭도 상대적으로 컸다.
시장에는 새 정부 출범 효과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 돌아오게 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향후 코스피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대통령이 내놓은 국내 증시부양 대책에 긍정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해온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기업을 주식시장에서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비롯해 소액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집중투표제 활성화,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 도입 등은 그간 오너일가가 중심이었던 상장기업의 성장 및 증시부양 전략이 일반 주주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즉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골드만삭스 역시 “전략산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기업 지배구조개혁 등이 한국 증시에 오랫동안 지속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미·중 2차 무역협상 기대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상승 등도 국내 증시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 달러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됐고, 여기에 중국 경기 회복 등 국내 증시가 회복될 수 있는 다른 조건들까지 갖춰지면서 국내 주식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김재승 현대차 증권 연구원은 “이번 강세장의 중심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이재명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확실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이재명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주식시장이 상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시장이 강세장으로 화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수 목표 상향하는 증권사들
증권가에서도 코스피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영하며 코스피 지수 목표를 상향하고 있다. 이날 KB증권은 ‘코스피 리레이팅과 주도 업종 전략 보고서’를 통해 향후 12개월까지 코스피 지수 목표를 3240으로 상향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위협이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관세 리스크 불확실성은 3분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국 증시가 달러 약세와 내수 부양책, 자본시장 개혁 추진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높은 방어력을 보여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4분기에는 관세전쟁도 합의 국면에 접어들면서 리스크 선호도가 상승하고 투자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하며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 정상화만으로도 3000시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전문가들뿐 아니라 골드만삭스 등 월가도 한국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상승폭이 과도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기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정책 수혜주를 중심으로 상승 기대감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이다.
향후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새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 역대 정부 출범 직후 대체로 한 달은 증시가 상승해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철강 등에 관세율을 높이면서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3분기까지 국내 증시는 추세적 상승 흐름을 보이기보단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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