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기기 탑재 ‘1.4형 5000PPI’ 제품 공개
美 자회사 개발 ‘손톱 크기’ 제품도 공개
XR시장 급성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
소니, 애플에 독점 공급… 국내 양산 못해
“선두업체와 기술 격차… 생태계 조성해야”
메타·애플이 주도하는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에 구글·삼성전자가 가세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도 XR 기기에 탑재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에서 열리는 XR 전문 전시회에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하나인 올레도스(OLEDoS) 기술력을 선보인다. 다만 XR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국내 업계는 선두 업체와 기술 격차가 있어 관련 생태계 조성과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XR 전문 전시회 ‘AWE USA 2025’에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최신 기술력을 알린다고 11일 밝혔다. AWE는 2010년 시작됐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중 하나인 올레도스 최신 기술을 내놓는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픽셀 크기를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구현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시에서 적녹청(RGB) 올레도스 중 업계 최고 해상도인 1.4형 5000PPI(1인치당 픽셀 수) 제품을 소개한다. 손목시계 화면 크기이지만, 해상도는 4K TV의 3배다. 이 제품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SID 2025’에서 처음 공개됐다.
화면 밝기가 2만니트에 달하는 1.3형 RGB 올레도스(4200PPI)도 전시한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초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1만니트 RGB 올레도스를 공개했는데 이번에 더 진전된 제품을 선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자회사인 미국 이매진도 성인 손톱보다 작은 0.62형 크기에 픽셀밀도 2600PPI를 구현한 화이트 올레도스, RGB 올레도스 제품을 각각 공개한다. 화이트 올레도스 제품은 현재 양산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이매진을 인수한 후 올레도스 핵심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그간 XR 기기 시장은 비싼 가격과 무게, 콘텐츠 부족 등으로 주춤했으나 최근 인공지능(AI)과 결합한 XR 기기가 주목받으며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메타와 XR 헤드셋을 출시한 애플에 이어 구글·삼성전자도 지난달 AI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내에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을 출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XR 시장 선점을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XR 기기는 사용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화면을 보기에 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이 필수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실리콘 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증착하는 올레도스, 실리콘 위에 발광다이오드(LED)를 형성하는 레도스(LEDoS), 실리콘 위에 액정을 형성하는 엘코스(LCoS) 세 가지가 있다. 올레도스는 빠른 응답속도, 높은 명암비를 구현해 XR 헤드셋에 적합하다고 평가된다. 엘코스는 고휘도에 유리해 스마트 안경에 사용되며 레도스는 엘코스보다 무게와 응답속도, 전력 사용에서 강점이 있으나 수율·비용 등을 해결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XR용 패널 시장 규모(매출기준)는 올해 약 6억달러(약 8200억원)에서 2030년 41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6.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니가 지난해 출시된 애플 비전프로에 올레도스 패널을 독점 공급한 반면 국내 업체는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해 글로벌 선두업체와 기술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많은 전문가가 XR 기기를 꼽는다”며 “XR 기기에서 디스플레이의 원가 비중이 꽤 되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업체들도 차세대 먹거리로 XR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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