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도 계약단가 1㎏당 3500원 그쳐
3년째 생산비조차 못 건져 적자
경기침체·과잉생산 겹쳐 가격 ‘뚝’
인건비는 1만∼2만원 더올라 ‘한숨’
농민들, 수매 등 대책 마련 촉구
“20㎏들이 양파 1망당 생산원가가 1만5000원 정도인데, 가격이 폭락하다 보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서 양파를 재배 중인 농민 진경호(49)씨는 이같이 말하며 “특히 양파를 심고 수확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전체 생산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일당은 하루 14만∼15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2만원 올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악화하는 이상기후와 인건비 상승에다 마늘과 양파 등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양파(상품·15㎏) 도매가는 1만274원으로 전년 동기(1만8616원) 대비 44.81% 급락했다.

익산원예농협 이민재 팀장은 “양파의 경우 올해 작황 호조로 지난달 호남 일대를 중심으로 조·중생종 수확량이 워낙 많이 나와 최근 수확시기를 맞은 만생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올해 중생종은 저장 기간이 6개월 이내로 짧아 농가들이 ‘홍수 출하’에 나서면서 가격이 폭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파뿐이 아니다. 요즘 수확이 한창인 마늘 재배 농가도 한숨만 내쉬고 있다. 올해 마늘 계약재배 단가는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상품 기준 1㎏당 3500원에 그쳤다. 농가들은 수확을 해도 손해를 보는 구조로 3년째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농사를 짓고 있다.
마늘은 통상 9월 씨앗을 뿌리는 파종부터 이듬해 5월 말~6월 초 수확까지 10개월간 노동력이 필요해 생산비가 많이 드는 작물이다. 통계청 농축산물생산비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마늘의 생산비는 1㎏당 3445원이다. 전년(3187원)에 비해 258원 오른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농가들이 체감하는 생산비는 4000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12일 무안농협과 농협 전남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매가 결정을 규탄할 계획이다.
경북 성주군 참외 농가의 시름도 깊다. 경기 침체로 소비 자체가 줄어든 데다 5월 이른 출하가 이어지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넘게 출하량이 증가했다. 성주군 선남면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풍작이 오히려 위기가 되면서 예년에 비해 수입이 크게 떨어졌다”며 “팔면 팔수록 손해인데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충북에서는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에 우박 피해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 12일 충주시에서 올 처음 발생한 과수화상병은 한 달 만에 8개 시·군 44개 농장 13.58㏊로 확산했다.
농가들은 경기침체와 과잉생산 등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생산원가를 보전할 수 있도록 수매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사비용은 더 들어가고, 생산량은 줄었고, 가격은 떨어졌지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소비 촉진 등 빠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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