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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펭귄·제1동반자…민선 8기 ‘김동연호’의 승부수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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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1 12:27:28 수정 : 2025-06-12 13: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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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남은 민선 8기…“세상 바꿀 수 있다”
대선 후 첫 간부회의에서 혁신·동반자 강조
주 4.5일제, 기후경제 ‘이재명 정부’에 영향
李·金 ‘대선 깐부’에서 ‘제1동반자’ 관계 모색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감나무 전략’, ‘제1동반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달 10일 도정열린회의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낯선 단어들을 쏟아냅니다. 

 

2022년 5월 김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왼쪽)가 성남시 야탑역에서 이재명 당시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합동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중 극지방에 무리 지어 사는 펭귄들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펭귄들은 빙판 위에 모여 있다가 바다로 뛰어들 때, 가장 먼저 나서는 개체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다고 합니다. 물속 바다표범이나 범고래 같은 포식자가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동 양식을 관찰하던 연구자들은 ‘퍼스트 펭귄’이란 단어를 끄집어냅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경제용어로 자리잡았습니다.

 

‘감나무 전략’은 6·3 대선을 앞두고 주로 회자되던 내용입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당내 혁신을 택하기보다 상대방의 실수에 의존한다는 뜻으로 사용됐습니다. 혁신을 통한 중도확장을 포기하고, 반사이익에 의존하려던 일부 정치권의 움직임을 비판한 겁니다. 

 

10일 경기도 광교청사 율곡홀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주재로 부지사, 실·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6월 도정열린 회의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냈다고 중앙정부에서 뭐 하나 떨어질 걸 기대할 게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성과를 만들고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날 선 경선판을 오가며 초보 정치인 딱지를 뗀 김 지사가 4기 민주정부 출범과 함께 열린 첫 간부회의에서 내놓은 단어들이 의미심장(意味深長)한 이유입니다. 고위 공무원과 공공기관장 등에게 주도적 성과 창출을 당부한다는 뜻이죠. 

 

계엄사태 이후 정치 바람이 몰아쳤던 도정에는 안정과 혁신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입니다. 불과 1년여 남은 민선 8기 도정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2022년 3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김동연 당시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회동한 뒤 손을 잡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김 지사는 “지금 필요한 건 감나무 전략이 아닌 퍼스트 펭귄 전략”이라고 했습니다. “기존 사업 중 확장하는 사업과 새롭게 추진할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달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공통공약이나 우수시책, 도내 현안이 새 정부에 반영되도록 선제·전략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남은 1년여의 민선 8기 동안 지난 성과의 2배 이상을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제1동반자’라는 단어 역시 귀에 쏙 들어옵니다. 김 지사는 “지방정부는 민생현장의 최일선에서 국정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인적·물적·정책적 역량을 모두 동원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야말로 국정운영에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자, 국정성공의 견인차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4일 새벽 당내 경선 경쟁자이던 이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정부의 성공을 위해 저 또한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6·3 대선후보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이재명 대통령(가운데)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토론회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선거캠프 제공

이재명 시대의 경기도정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무르익고 있습니다. 도가 이재명 정부에 건의한 주 4.5일제, 기후경제, 간병국가책임제의 전국 확대가 예상됩니다. 비상민생경제대응과 미래성장투자 기조는 이미 새 정부와 뜻을 함께합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은 이견 탓에 당장 어렵겠지만, 도지사를 지낸 이 대통령과 현직 김 지사의 전략적 ‘브로맨스’(bromance) 회복은 내심 기대해볼 만합니다. 선거운동 기간 경기 북부 곳곳을 돌던 이 대통령은 도지사 시절 ‘특별한 보상’을 언급했던 점을 강조했습니다. 의정부·파주·남양주 등 북부지역에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도지사 시절 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지역들에 도내 주요 공공기관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던 만큼, 향후 평화경제특구나 기회발전특구 같은 지역발전의 계기 역시 마련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제 임기는 매일매일 새롭게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임기를 불과 2주 남겨놓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록 2주가 남았지만 지금부터 일해도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격려하던 때의 경험 덕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위해 떠났던 인사들이 속속 도정에 복귀하면서 정무·공보라인도 진용을 다시 갖췄습니다. 민선 8기 ‘김동연호’도 다시 닻을 올렸습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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