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해야” 강조
민주 전용기·장철민 의원 비판…“규제 신중해야”
마트산업노조, 성명에서 “일요 의무휴업 법제화”

대형마트의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을 규정하는 법 개정안을 꺼내든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일부 의원의 비판과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정하라는 노조 단체의 촉구를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다.
◆“‘공휴일’ 중에서 의무휴업일 정하자”는 민주당 개정안
논란은 지난해 9월 민주당 오세희 의원(비례)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시작했다.
대규모 점포 등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의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재량권으로 의무휴업일 지정을 철회하거나 영업시간을 1시간만 제한하는 등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게 제안 배경이다.
현행 제12조2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를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명해야 한다’로 고친다. 지자체의 자체 판단이나 선택권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협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문구에서 중간 내용을 삭제하고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해야 한다’로 못박아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박희석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자체별 유통환경에 맞는 의무휴업일 지정이 어려워지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40시간 근무 준수로 근로자의 건강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입장을 곁들였다. 유통산업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지면서 공휴일 의무휴업이 유의미한 규제가 되지 못한다는 업계의 반응도 보고서는 부연했다.

◆일부 與 의원들은 비판하는데…노조는 “법제화해야” 요구
이제는 여당이 된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신도시와 일부 도심에는 전통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지역 주민들에게 대형마트는 생활 인프라 그 자체”라며, “평일에 장을 보기 힘든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규제는 결국 취약 소비층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자중기위 소속인 같은 당 장철민 의원도 SNS에서 “소상공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생활방식을 가진 국민 생활편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감이 고개를 들자 오 의원 측도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오 의원실은 유통법 개정안은 당론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며 대통령실과도 정책 추진이 조율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법안심사 등으로 충분한 혐의 절차를 거칠 거라고도 의원실은 덧붙였다. 그의 SNS에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서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 ‘의원님 가족도 쿠팡 쓰시냐’ ‘야당 의원처럼 선언적 발의하지 말라’ 등 지적이 쇄도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의 요구를 민주당이 어떻게 반영할 지가 관심사다. 앞서 마트노조는 지난 6일 ‘새 정부에 바란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바로잡고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을 법제화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월2회 일요일 의무휴업은 유통재벌로부터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며 “유통산업발전법 취지와 상관없이 유통재벌 이익만을 위해 의무휴업을 평일로 변경하는 등의 시도를 무력화 시켜야 한다”고 거듭 내세웠다.

◆‘의무휴업제’의 오프라인 시장 동반 침체 가속화 분석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시장의 동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원)의 분석에도 시선이 쏠린다.
한경원은 2022년의 농촌진흥청 자료 분석을 토대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도리어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시장의 동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일평균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보다 영업일에 더 많았고, 온라인몰에서의 식료품 구매액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더 많았다면서다. 대형마트 이용객이 의무휴업일에는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몰과 슈퍼마켓으로 발걸음을 돌린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더라도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무휴업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면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온라인,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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