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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대, 자본시장의 역할 [더 나은 경제, SDGs]

입력 : 2025-06-09 18:44:14 수정 : 2025-06-09 18: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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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본사 벽면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인 서클의 로고를 담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자산)중 하나인 USDC를 발행하는 업체 서클(CIRCLE)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서클의 최종 공모가는 주당 31달러였지만, 상장 당일 장 마감 때는 168.48% 폭등한 83.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상승률 200%를 넘긴 103.7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총 3400만주를 공모키로 하면서 전체 기업공개(IPO) 규모는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시가총액도 당초 68억달러를 목표로 했지만, 상장 이튿날 마감 기준 216억달러(한화 약 29조4000억원)에 달했다.

 

서클이 발행하는 USDC는 테더(USDT)와 함께 전 세계의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테더가 67%, USDC가 27%를 각각 점유하고 있지만, 이번 IPO를 통해 앞으로 서클의 점유율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IPO 안팎으로 드러난 서클의 폭발적인 성장은 현재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심의 중인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의 규제 프레임 안에서 신뢰를 명확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더 큰 주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서클과 같은 크립토(가상자산) 리더가 가상자산 생태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실물 금융 및 자본시장과 연계하여 금융투자의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서클은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단기 국채 펀드에 위탁 운용하면서 미 국채에 꾸준히 투자해왔고, BNY멜론 등 은행권에 현금 준비금을 예탁하고 있다. 페이팔, 코인베이스 등 상장된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과 연계하여 실물 금융, 은행, 자본시장 영역까지 파트너십을 두루 구축해왔다. 실제 USDC는 미국 내 등록된 사업 라이센스가 머니서비스비즈니스(MSB)로 구분되어 있으며, 송금 서비스 사업 자격도 가지고 있다.

 

공모 시장에서 큰 기대를 받는 새내기주 대부분이 상장 첫날 크게 오르고 이튿날부터 주가가 조정되는 것에 비해 서클은 이튿날에도 전날보다 29.4% 뛴 107.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8월 안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면서 당분간 서클의 질주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크립토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경제 뉴스가 들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63·행시 30회)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는데, 김 실장은 최근까지 국내 최대의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대표를 지냈었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그동안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서를 다수 발표하며,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 영향을 끼친 곳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던 2018년 1월 법무부가 가상자산 거래소 전면 폐쇄 방안을 추진했을 때에도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제도화가 중요하다”며 법적 지위 정립을 강조했으며, 특히 특정금융정보법 도입 기반을 마련하여 실명제와 거래소 설립 기준 강화를 추진하는 등 가상자산 제도화에 크게 일조했다.

 

또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시절에는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와 관련해 “국가적 통제성이 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민간 주도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주권과 국제적 전략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참여적 경제 질서를 위한 핵심 도구로 제시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2023년 한 인터뷰 및 칼럼에서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방코르’를 재해석하여 “기존 통화 패권 체계를 극복할 글로벌 디지털 준비자산이 필요하다”며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방코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구조 모두 이 구상에 들어간다”고 강조하며 디지털 방코르 개념을 설명하기도 했다. 방코르는 케인스가 1944년에 고안한 국제 통화로, 당시 그는 이를 활용해 국경 없는 화폐를 만들고자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때 자본시장 역시 이에 대해 면밀히 준비하고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활성화하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젊은 투자자층을 중심으로 코인이나 대체불가토큰(NFT),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등에 집중하면서 주식·채권시장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고, 테크 기업들이 기존 IPO 대신 가상자산거래소공개(IEO·Initial Exchange Offering), 토큰화 등 다양한 자금 조달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어서다.

 

이에 대한 자본시장 대응으로 미국처럼 가상자산 현물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거나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상자산이 실물자산 토큰화(Tokens of Real-World Assets)로 옮겨간다면 오히려 한국거래소의 신뢰성과 결합된 토큰증권(STO) 시장이 새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거래소는 가칭 ‘KRX 토큰 마켓(Token Market)’이라는 증권형 토큰 거래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 플랫폼에서 국채, 부동산, 전력, 탄소배출권 등 실물자산 기반의 토큰화를 중개할 수 있다면, 기존 디지털자산거래공동협의체(DAXA·닥사) 중심의 가상자산거래소보다 투명성, 규제 준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분산원장을 활용하되, 공공성과 법적 안전장치를 함께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도 실현할 수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과 자본시장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금융 산업과 소비자의 지평은 상상 이상으로 크게 확장될 수 있다. 가장자산·자본시장 모두 새로운 전환을 앞두고 있다.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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