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반 설계 벗어나 민간 주도 강조
업계, 李대통령 공약과 맞물려 관심
한은 입장과 차이… 논의 과정 진통 예상
이재명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선임된 김용범 신임 실장은 경제·금융 분야에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공직 퇴임 후엔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활동하며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에 관한 연구와 제안을 주도해 왔다. 이에 가상자산업계는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시절 김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보고서들을 다수 쏟아냈다. 특히 김 실장은 지난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린다면, 원화는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평소 스테이블코인을 지렛대로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디지털 G2(주요 2개국)로 도약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초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 실장은 또 지난달 말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과거의 신뢰는 중앙은행의 보증, 은행 면허, 예금자 보호와 같은 법제적 장치 위에 구축됐지만, 지금의 디지털 통화 환경에서는 설계 구조 그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금융당국은 위험 통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은행 기반 설계에 대한 선호 역시 제도적 관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단순한 규제 수용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금융당국의 규제 위주 설계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 수 있단 의미다.
다만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단계부터 한은이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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