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1.7조 한남5구역 시공사 선정
2025년 2.6조 누적 수주 ‘1조원 클럽’ 입성
삼성물산·포스코 등 7곳은 1조 넘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SK에코 수주 실적 ‘0’
공사비 급등·고금리에 ‘경쟁 입찰’ 피해
대우건설 등 해외 건설 프로젝트 눈돌려
건설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까다롭게 따지는 선별 수주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올해 정비사업 수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짜 입지만 골라 노리는 분위기와 맞물려 경쟁 입찰은 되도록 피하려는 움직임이 형성되면서 수주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주택 경기 침체에 건설사들이 다른 사업 부문을 키우거나 해외에 공을 들이는 등 차별화 전략에 나선 점도 수주액 차이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달 31일 공사비 1조7584억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번 수주에 따라 DL이앤씨의 1∼5월 누적 수주액은 2조6830억원으로, 올해 재개발·재건축 수주 ‘1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상위 10대 건설사(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재개발·재건축 수주 1조원 클럽을 달성한 곳은 DL이앤씨를 포함해 총 7곳이다.
지난달 말까지 누적 수주액 1위는 삼성물산(5조213억원)으로, 유일하게 5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포스코이앤씨(3조4328억원), 현대건설(2조9420억원), DL이앤씨, 롯데건설(2조5354억원), GS건설(2조1949억원), HDC현대산업개발(1조3018억원) 등의 순이다.
수주 실적이 있는 곳 중 아직 1조원을 하회하는 곳은 대우건설로, 지난 4월 경기 군포1구역 재개발사업(2981억원)으로 마수걸이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올해 서울·수도권 우량 사업지 중심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수주 실적이 없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현장 사고 등의 여파로 신규 수주를 중단한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달 중순 예정된 서울 중랑구 면목7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결과에 따라 상반기 마수걸이 수주를 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사별로 수주액에 차이가 나는 데는 최근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 고금리 등으로 수익성이 담보되는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의 아파트 브랜드 ‘편식’ 현상 심화로 강남권과 같은 인기 지역은 ‘톱3’ 건설사가 아니면 수주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쟁 입찰에 나서면 막대한 입찰보증금을 내야 하는 데다 이후 수주전 과정에서 들어가는 홍보·영업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만큼 해당 지역에 오래 공들인 건설사가 있으면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도 수주 양극화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침체된 국내 주택 시장 외에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사업에 힘을 싣는 경우도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 1조810억원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 비료플랜트 프로젝트 본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고수익 프로젝트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경우 건설사별 수주 전략에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연말까지 누적 수주액 순위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은) 연중으로 봐야 한다”며 “공들였던 사업지가 언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실적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