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개최 … 누적 참가 1000팀 돌파
한·일 서로 기술 보고 배우며 값진 교류
정희택 사장 “첨단 산업 미래 모색 계기”
드론 맞춤형 바늘·추 등 채비 직접 제작
캐스팅 지점 확보 ‘눈치 경쟁’ 벌이기도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낚시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드론이 한국과 일본 양 국민을 잇는 연결고리가 됐다. 지난달 31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 자이모쿠자 해변에서 열린 ‘세계드론낚시대회 in Japan’에 참가한 한국 16개, 일본 34개 팀 100여명의 ‘드론 강태공’들은 더 크고 많은 물고기를 낚기 위해 경쟁하는 한편 서로의 기술을 보고 배우면서 우정을 나눴다. 2018년 처음 시작된 세계드론낚시대회가 마침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일본에서 전 세계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무대였다.

◆“한·일 간 아름다운 경쟁과 교류 축제”
지난 4월 충남 당진 대회까지 8차례 열린 세계드론낚시대회에는 그간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을 포함해 총 950여 팀, 2500명 이상이 참가했지만, 해외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이날 대회를 통해 누적 참가팀이 1000개를 넘어섰다. 드론낚시가 명실상부 ‘글로벌 드론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된 셈이다.
정희택 세계드론낚시대회 조직위원장 겸 세계일보 사장은 이날 “이번 대회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아름다운 경쟁과 따뜻한 교류, 진정한 우정이 꽃피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일 사이에 새로운 레저스포츠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국제 교류의 장으로 더욱 확대·발전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마쓰오 다카시 가마쿠라 시장은 사전 환담 자리에서 미끼를 단 낚싯줄을 드론을 이용해 해변에서부터 바다 멀리 떨어뜨린 뒤 물고기를 잡는 대회 진행방식을 듣고 무척 신기해하면서 “가마쿠라에도 유망한 드론 벤처기업이 있다”며 한·일 간 첨단산업 협력에 관심을 드러냈다.
한·일 양국 참가자 대표들은 깃발을 교환하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일본 측 와치 슈고(52)씨는 “대표로 뽑혀 한국의 깃발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두 살 때 시작해 낚시를 한 지 50년이 됐다. 어제 밤새 물고기를 유인하는 트릭 등을 준비했는데, 드론을 이용해 재밌게 낚시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 애호가들에게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 대표 김청연(14)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드론 조종을 시작했다”며 “지난 대회에도 참여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10마리를 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궂은 날씨도 못 막은 열기”
이날 행사는 초속 2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적지 않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작됐다. 드론낚시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일본 측 참가자들은 대회 진행이 가능할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한국 측 참가자들이 드론을 하나둘 띄우자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마쿠라 인근 지가사키에서 온 야마모토(31)씨와 후쿠시마 출신 사카모토(27)씨는 “캐스팅(미끼와 바늘 등을 던져 보내는 행위)이 낚시의 가장 큰 묘미인데, 그걸 드론을 사용해서 한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 참가하게 됐다”며 “바람이 세서 걱정스럽긴 한데 대회가 무산되지 않는다면 꼭 시도해 보고 싶다. 물론 목표는 우승”이라고 대회 시작 전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15년째 드론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아라키 가즈나리(63)씨도 이바라키현에서 비바람을 헤치고 동료 5명과 함께 자이모쿠자 해변에 왔다. 그는 “전문 낚시꾼들과 짝을 이루기로 했는데, 악천후 때문에 6개 팀을 모두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그래도 드론에 연결한 릴을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바다에 떨어뜨리는지 한국 분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참가자들은 이 정도 강풍이라면 낚시가 어려웠을 텐데 드론 덕분에 바늘과 추 등 채비를 목표 지점까지 멀리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구환(36)씨는 “드론을 사용하면 이론상으로는 배를 타고 나가는 거리만큼 멀리 캐스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복어를 잡은 천호영씨도 “던지는 거리가 손으로 하면 75m, 많이 던지는 분은 80m 정도 나오는데 드론으로 약 100m 지점에 캐스팅해 물고기를 낚았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전략을 짜서 대회에 임했다. 드론낚시 ‘맞춤형’으로 바늘과 추 등 채비를 직접 만들어 온 이들도 적잖았다. 오모(44)씨는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장비나 낚시 방법을 연구해 발전시키고 있다”며 “플랜 A부터 C까지 짜서 수심별로 다양한 어종을 공략할 계획도 세웠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선 멸치 무리를 쫓아다니는 방어가 우리 팀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비는 점점 잦아들더니 낮 12시쯤부터는 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첫 물고기가 낚인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 뒤로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렸다. 참가자들은 서로를 축하하면서도 어느 지점에 캐스팅했는지, 어떤 어종을 낚았는지 살피며 눈치 경쟁을 벌였다. 계측 장소에는 여러 참가팀이 몰려 떨리는 마음으로 저울을 바라봤다. 보리멸 2마리와 복어 1마리를 한꺼번에 낚은 박종웅(36)씨는 “이곳 바다에 자주 출몰하는 어종을 조사했다”며 “보리멸이 많은 곳이라 아예 이 어종에 맞춰 채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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