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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르고뉴 와인은 어렵다?…루이자도 띠보 가제 디렉터 “한국 불고기와도 잘 어울려”

입력 : 2025-05-31 14:00:00 수정 : 2025-05-31 20: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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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자도(Louis Jadot) 띠보 가제 매니징디렉터(운영 담당 상무) 인터뷰
“부르고뉴 와인, 특별하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와인이길 바라”
최대한 자연 방식으로 와인 생산, 떼루아에 집중하는 와인 포트폴리오
부르고뉴 외 샤또 데 자크(보졸레), 도멘 페레(뿌이 퓌세), 레조낭스(오레건) 등지서 와이너리 운영

루이자도(Louis Jadot)는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대표 와이너리다. 국내서는 와인 만화 ‘신의물방울’ 3권에 ‘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샤블리’가 소개돼 많은 사람에게 각인됐다. 와인 라벨에 새긴 술의 신 ‘바쿠스’ 얼굴은 루이자도의 상징으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라벨만으로 루이자도의 와인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루이자도(Louis Jadot) 운영담당 상무이자 매니징디렉터 띠보 가제(Thibault Gagye)가 지난 20일 한국을 찾아 루이자도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윤종 기자

 

부르고뉴 와인이 ‘접하기 어렵다’는 편견과 달리, 루이자도는 낮은 등급의 ‘레지오날’부터 최상위 등급인 ‘그랑크뤼’까지 부르고뉴 전역을 아우르는 와인을 생산하며 프랑스는 물론 세계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고 있다. 루이자도의 매니징디렉터(managing director)·운영담당 상무 띠보 가제(Thibault Gagye)가 한국을 찾았다. 

 

가제 디렉터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 인터뷰서 루이자도 와인에 대해 “루이자도는 부르고뉴 그 자체(Burgundy Nothing but Burgundy)”라고 말했다. 

 

가제 디렉터는 “루이자도는 부르고뉴에서 ‘레지오날’에서 ‘그랑크뤼’ 등급까지 부르고뉴 전역을아우르는 와인 생산자로, 다양한 등급의 와인을 생산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면서 “부르고뉴 와인이 특정층만이 소유하는 와인이 아닌, 누구나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와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루이자도가 지향하는 ‘좋은 와인’의 기준에 대해선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고 말했다. 알코올이 과하거나 탄닌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스타일이 아닌, 섬세하고 부드러운 질감에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 와인을 꼽았다. 이런 특징은 부르고뉴 와인에 잘 반영돼 있는데, 이런 이유로 부르고뉴 와인은 ‘우아한 와인의 여왕’으로 불린다. 

 

◆ 200년 가까운 역사…생산자이자 네고시앙으로 쌓아온 헤리티지

 

1859년 루이 앙리 드니 자도(Louis Henri Denis Jadot)가 설립한 루이자도는 프랑스에서도 규모가 큰 와이너리이다. 남쪽 보졸레부터 북쪽 샤블리까지 부르고뉴 지역 전반을 아우르며 약 200헥타르 규모의 포도밭을 기반으로 연간 약 90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본(Beaun) 시내에 위치한 루이 자도 본사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오랜 전통과 역사는 자랑스러워할 만한 유산이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 루이자도의 경영철학이다.

 

루이자도(Louis Jadot) 운영담당 상무이자 매니징디렉터 띠보 가제(Thibault Gagye)가 지난 20일 한국을 찾았다. 한윤종 기자

가제 디렉터의 할아버지부터 3대에 걸쳐 루이자도를 운영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가제 디렉터의 할아버지인 앙드레 가제(Andre Gagey)가, 1980년대부터는 아버지인  삐에르 앙리 가제(Pierre Henry Gagey)가 운영을 맡아왔는데, 이 시기 주요 수출국이었던 미국 외에 다른 국가에도 수출을 시작했다. 

 

1995년에는 ‘까뒤(Cadus)’라는 오크통 제작소 설립했다. 뛰어난 오크나무 생산지에서 오크 판자를 사들여 30개월간 건조 과정을 거친 후, 부르고뉴의 전통 방식에 따라 배럴 통으로 만든다. 가제 디렉터는 “좋은 품종의 포도와 떼루아, 숙성은 좋은 와인을 완성하는 중요한 조건”이라며 “이 오크통에선 풍부하고 섬세한 와인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가제 디렉터가 루이자도 경영을 맡아오고 있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와인을 접했다. 성년이 된 이후 미국와 중국, 뉴질랜드 와인무역계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후 부르고뉴로 돌아와 루이자도 팀과 운영을 맡고 있다. 

 

가제 디렉터는 루이자도가 2013년 미국 오리건주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에 세운 미국 레조낭스(Résonance) 와이너리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레조낭스는 루이 자도 역사상 처음으로 부르고뉴 밖에 세운 와이너리로, 공명이라는 이름에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메이킹 철학이 조화를 이루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루이자도는 포도밭에 화학 비료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밭고랑 사이에 들풀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밭의 표면 정도만 관리할 뿐 땅 깊은 곳에는 어떠한 인위적인 작업도 하지 않으며, 세심하게 일궈야 하거나 언덕에 위치한 밭에서는 옛날 방식으로 말을 이용해 경작한다. 재배 면적이 다른 와인 산지에 비해 적어 부르고뉴 와인의 가치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오랜 전통을 지켜온 자부심일까. 루이자도 와인 라벨에는 포도 품종이 아닌 ‘포도밭 이름’이 표기되는 것도 다른 지역 와인과의 차별점이다. 

 

가제 디렉터는 “부르고뉴 밭은 다양성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며 “고작 1m 떨어진 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도 캐릭터가 달라진다”며 “어떤 밭에서 생산했는지가 와인 맛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말했다. 단일 품종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선 “부르고뉴의 정체성을 그대로 와인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띠보 가제(Thibault Gagye)는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해 "젊은 세대들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한윤종 기자

◆ 시들했던 와인 인기, 바닥 찍었나…올해 와인 수입 증가 추세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와인 수입 중량은 2021년 7만6575t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5만2036t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와인 수입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 1~4월 와인 수입 중량은 1만8423t으로 전년 동기보다 15.6% 늘었다. 

 

특히 주류 문화 변화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화이트와인’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레드와인의 수입 중량과 수입액은 각각 전년보다 9.8%, 13.3%씩 감소한 반면, 화이트와인(스파클링 와인 제외)의 수입 중량은 전년보다 2.0% 줄어든 상황에서도 수입액은 8.4% 성장했다.

 

가제 디렉터는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해 “최근 한국에 수출하는 부르고뉴 와인의 수출량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다른 나라 젊은 세대들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젊은 세대들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루이자도는 최근 한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샤블리’ 지역 와인 품질에 집중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는 “향후 한국 시장에서 루이자도의 다른 지역, 보졸레 ‘샤또 데자크’, 샤블리 ‘도멘 페레’나 미국 오레건 ‘레조낭스’ 와인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제 디렉터는 “샤블리는 한국 음식과도 매우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며 “샤블리는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운 음식과 궁합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또 보졸레 지역의 ‘가메’ 품종으로 만든 ‘샤또 데자크’는 한국의 불고기와 최고의 조합을 이루는 와인”이라고 말했다. 

 

◆ 기후변화로 와인업계 지형 변화…지속가능한 성장에 주력

 

루이자도는 기후변화가 빚어낸 와인업계 지형변화에 대응한 ‘오가닉재배 인증’, ‘탄소발자국 최소화’ 등 지속가능한 경작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윤종 기자

루이자도는 기후변화가 빚어낸 와인업계 지형변화에 대응한 ‘오가닉재배 인증’, ‘탄소발자국 최소화’ 등 지속가능한 경작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가제 디렉터는 “다행히 지난 30년간 부르고뉴 지역의 기후변화는 와인 양조에 긍정적인 편이었다. 부르고뉴는 춥고 비가 많이 내리고 습한지역”이라며 “다만 온도가 너무 올가라면 포도가 우아함과 섬세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루이자도의 잠재력은 루이자도가 가진 최상의 밭에 있는 만큼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며, 주변 생산자나 포도 농가에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제 디렉터는 친환경 와인 재배법에 대한 국제 인증 절차도 진행해왔는데, 2024년 빈티지부터 인증을 받았고, 내년 출시되는 와인부터 만나볼 수 있다. 


글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사진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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