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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 충남의 갈증, 지천댐 건설로 해소 기대

입력 : 2025-05-29 13:54:18 수정 : 2025-05-29 15: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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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전 이미 예측했던 위험이었고, 10년 전부터 현실로 나타난 상시 물부족 지역 충남의 목마름이 지천댐 건설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보령댐 물 고갈로 2015년 충남 서북부지역 8개 시군에서 제한급수가 실시된 가운데 보령시 미산면의 한 주민이 부족한 수돗물 대신 고무통에 모아둔 빗물을 사용하고 있다.

충청의 생활·공업용수 주요 수원인 대청댐과 보령댐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물 부족 위기가 심각한 충남이 신규 수원 확보를 위해 청양·부여 ‘지천댐’ 건설 의지를 모아가고 있다. 청양 지천은 1991년·1999년·2012년 세 차례에 걸쳐 댐 건설을 추진하려 했으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 상류 지역 규제 문제 등으로 무산된 곳이다. 충남도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위기대응댐 후보지로 포함된 지천댐건설을 이번에도 성사시키지 못하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물그릇을 만들수 없는 절체절명의 각오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목마름을 호소하고 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태흠 충남지사는 초선 국회의원 시절부터 충남의 물부족이 심각해 질 것을 걱정해 왔다. 지천댐 건설 정부지원 촉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김 지사는 “AI·수소산업·데이터기반 산업 등 미래산업은 물과 전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물은 수자원 자체로의 가치와 함께 충남의 생활용수와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기업유치 산업용수 확보를 충남의 물 그릇을 반드시 키워야 한다”며 지천댐 건설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청양·부여군 경계에 추진되고 있는 기후위기대응댐 지천댐 추진을 조망했다.

 

◇제한급수 사태에 가뭄 들면 물걱정 끊이지 않는 충남

 

충남은 2015년 가뭄으로 보령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그해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서남부권 8개 시·군(보령·서산·당진·홍성·예산·태안·서천·청양)에 132일 동안 제한급수가 이뤄지며 최악의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당시 4개월 넘도록 지속된 제한급수로 샤워 시간 감축, 변기통 절수, 상수도 수압 저감 등 절수운동을 벌였으나 물부족을 견디기엔 역부족이었다.

 

제한급수 때문에 빨래나 샤워를 제대로 못해서 다른 지역의 친척이나 지인 집 신세를 지기도 하고, 화장실 물도 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자영업자와 농민들의 피해가 심각했다. 당시 홍성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나모씨는 “음식점은 자정이 돼야 일이 끝나는데 밤 10시에 물이 끊기면 당일 마무리는 물론 다음날 장사 준비도 힘들어진다”면서 “당분간 장사할 생각을 내려 놓아야 할 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충남 서산 천수만경작자연합회 이종선 대표는 “60평생에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생활용수는 제한급수라도 받지만 논밭에 널린 농작물은 무슨 수로 구제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충남은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큰 피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해 6월 보령댐 저수율은 8.8%까지 낮아져 2015년 제한급수 조치가 내려졌을 당시의 저수율보다 10.8%포인트 낮아졌다. 이때는 산업체와 농민들의 피해가 컸다. 보령댐과 멀지 않은 곳에서 논농사와 쪽파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과 보령댐에서 농업용수를 끌어다 쓰는 부여군 수박·토마토 시설하우스 농가들의 피해가 컸다.

 

서산에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생산라인을 평소처럼 운용하지 못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낮춰야 했다. LG화학·HD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한화토탈·KCC·한국석유공사 등 대기업을 비롯해 60여 석유화학업체가 입주해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는 대호호에서 공업용수를 끌어다 쓰고 있는데, 해마다 가뭄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댐 건설 등 충남의 신규 수자원확보가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다.

 

지천은 충남 청양군과 부여군 경계를 흐르는데 하류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여름철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광범위한 농경지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성 집중호우로 3년 연속 부여와 청양에서 큰 비 피해가 발생했다.

 

청양군 까치내유원지에서 이달 7일 주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천댐 찬성 결의대회를 가졌다.

◇환경부 기후대응댐 후보지 지천댐 포함에 충남도 적극 환영

 

기후변화로 인해 열대우림의 스콜성 폭우가 출현하면서 전국에서 홍수피해 등이 속출하자 환경부는 지난해 7월, 지천댐을 포함 전국 14개소를 기후대응댐 후보지(안)으로 발표했다. 충남도는 기후대응댐 후보지로 청양·부여 지천이 포함되자 반색했다. 충남도는 당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우리 도는 물 부족 문제와 홍수 피해에 지속적으로 직면해 왔다"며 "청양 지천이 댐 후보지로 포함된 것에 깊은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충남 서남부권의 심각한 물부족과 2022년과 2023년 지천이 범람해 청양·부여 지역에 1184억원의 재산 피해, 인명 피해가 있었다는 점을 댐 건설이 이뤄져야 할 주요 이유로 꼽았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꾸준히 지역주민들을 만나 댐 건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충남도 차원의 다양한 주민 지원을 약속했다. 최근에는 환경부를 찾아가 청양·부여 지천댐 건설을 조속하게 추진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김 지사는 지난 22일 김완섭 환경부장관을 만나 목마른 충남의 갈증 해소와 반복되는 홍수 피해 방지 등 기후대응댐 조성 신속 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김 장관에게 충남의 주요 수원인 대청댐과 보령댐은 이미 한계에 달했고, 충남은 용수 대부분을 한계에 이른 대청댐·보령댐에 의존하고 있어 신규 수원 확보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천 하류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홍수가 발생, 하천 범람에 따른 광범위한 농경지 침수로 재산 피해를 불러왔다며 물 위기 극복과 지역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천댐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줄 것을 건의했다.

 

지천댐은 담수규모에서 대청댐(14억9000만㎥)의 4%, 보령댐(1억1700만㎥)의 50% 수준의 작은 댐이지만 충남의 물부족 해소에 매우 큰 역할을 하는 댐으로 분류된다. 지천댐 본격 가동 시 공급 가능한 용수는 하루 38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11만㎥로 물부족이 심각한 충남의 목마름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충남도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청양군 일부 주민들이 김태흠 충남지사와 청양군민들과의 대화 행사장에 난입해 지천댐 건설 반대를 외쳤다.

◇팽팽한 찬·반 의견, 댐 주변지역 찬성 많고 멀리 있는 시내권은 반대

 

주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렸다.

 

댐건설을 반대하는 청양 일부 단체는 지천댐 건설 반대위원회를 결성하고 안개 피해와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하며 군청 앞 집회 등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위원회는 환경부 발표 뒤인 지난해 8월에 있었던 김태흠 충남지사와 청양군민들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된 청양문화예술회관으로 몰려가 지천댐 반대를 외치면서 행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찬성과 반대 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 의견을 주고 받으며 성숙하게 대화로 풀어나가자”고 했지만 반대 단체는 ‘지천댐 백지화’를 주장하며, 고성과 야유를 보내고 단상에 서서 주민들과의 대화를 호소하는 김 지사를 향해 물이 들어있는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이후 반대위원회는 여러 차례 반대집회 등을 통해 “댐이 건설되면 극심한 안개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농작물의 결실이 불량해 농가소득이 떨어지고 청양 상권이 붕괴되고 땅값과 농산물값도 떨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수몰 및 인접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댐 건설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 현재는 주민 대부분이 댐 건설을 원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 마을회관에서 청양 수몰 예정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자리에 참석한 200여명의 주민들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합리적인 보상과 이주대책, 수몰 농경지 대토(代土) 등을 요구하며 찬성의견을 보였다. 댐 건설에 찬성하는 청양과 부여 지역 주민들은 지난 7일 집회를 열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지천댐 추진위원회는 이날 청양군 까치내유원지에서 주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청양과 부여는 반복되는 홍수 피해와 물 부족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신속한 지천댐 건설은 지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지천댐 건설로 수몰되거나 직·간접 영향을 받는 청양·부여 지역 주민들이 경북의 한 댐 건설후 지원시설과 주민소득사업 현장을 견학했다.

◇지역협의체 구성 “다수의 작은 목소리, 소수의 큰 목소리에 묻혀선 안된다”

 

충남도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자 정확한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3월 청양·부여 지역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지천댐 지역협의체’를 구성했다. 청양·부여군에서 전문가와 주민위원을 추천 받고, 공개 모집으로 6명의 주민위원을 추가해 주민(찬반) 9·전문가 4·지방정부 3 명 등 16명으로 협의체를 꾸렸다.

 

지역협의체는 주민 의견을 수렴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주·보상 대책과 대체 도로 조성 등 주민 관심사항, 기본구상 추진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는 특히 “소수의 큰 목소리로 다수의 작은 목소리를 지배하거나 묻히게 하지는 않을까”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론조사 대상은 지천댐 예정지 반경 5㎞ 이내 주민 4506세대를 대상으로 하며 전수조사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초반에는 댐 건설에 따른 보상, 환경 피해 등에 대한 주민 우려가 있었으나 주민 간담회, 댐 건설지역 이주단지·관광지 견학 후에는 대다수가 찬성으로 돌아섰다. 주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500여명이 경북 영천 보현산댐·경북 영주댐·경북 김천 부항댐 등을 견학했다. 주민들은 “이정도면 큰 저수지 정도 규모인데, 다양한 혜택이 있고 깔끔하게 정비된 곳에서 주민소득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좋은 호수를 갖게 되는 것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은 “반대위원회에서도 피해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사례를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이 많았다. 지역협의체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장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결론을 낼 계획이다.

 

◇지천댐건설 청양·부여 지원은

 

환경부에서댐 주변지역 정비사업비로 국비 770억원을 지원한다. 충남도는 이와 별도로 1000억원의 추가지원을 약속했다. 1770억원은 지천댐 협의체 운영을 통해 청양·부여군과 주민의견을 수렴해 분야별 지원사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댐 상류 수몰지역 주민들에게는 물가상승률·주변시세 등을 반영해 보상금액 현실화, 태양광·축산바이오 등 에너지 생산을 통한 현금성 사업 지원이 있다. 하수도 보급 확대와 지역복지타운·공원·체육시설 조성으로 주민편의를 확대하고 카페거리 조성, 칠갑산·파크 골프장과 연계한 체류형 숙박시설 등 관광자원을 조성해 주민들과 공유한다.

 

댐 하류지역에는 댐 용수 우선 공급을 통한 산단조성 및 앵커기업 유치를 지원한다. 스마트팜·청년농업·로컬푸드 직매장 등 주민 공동소득증대사업을 지원하고 댐으로 조성되는 호수를 활용한 둘레길, 전망대, 짚라인 및 캠핑장·글램핑장 조성으로 청양과 부여에 생활인구를 유입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한다.

 

충남도는 지천댐 건설을 위한 당면 과제로 환경부에 지천댐 주변 하수도 시설 우선 추진을 건의한 상태다. 2030년까지 3813억원을 투입하며, 지천수질개선 및 주변지역 관광자원 개발기반 조성을 위해 댐 완공 이전에 하수도 시설 우선 추진이 필요하다며 2026년도 국비 105억원을 요청했다.

 

세계일보·충남도 공동기획


청양·부여=글·사진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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