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승객 등 자신의 배차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승객을 태운 경우에도 가맹 택시 기사로부터 부당하게 수수료를 징수한 카카오T블루 가맹본부에 38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카카오T블루 측은 가맹 택시 기사 전체 운임의 20%를 가맹금으로 일괄 징수했는데,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무관한 길거리 승객 요금 등도 운임 합계에 넣었다. 경쟁당국은 카카오T블루 측이 이런 사실을 계약서에 적시하지 않는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 계약을 설정했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카카오T블루 택시 가맹본부인 케이엠솔루션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8억8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카카오T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 9월 출시한 가맹 택시 서비스로, 100%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법인 택시회사·개인택시 기사들을 가맹점사업자로 모집해 가맹비를 받고 승객 호출·배차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승객을 태우거나 △다른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해 승객을 태우거나 △앱을 이용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대기·배회하는 승객을 태우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케이엠솔루션은 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플랫폼 이용료,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가맹 택시 기사들로부터 전체 운임 합계의 20%를 가맹금으로 일괄 징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하지만 운임 합계에 다른 택시 앱 호출이나 길거리 승객 등에서 발생한 운임까지 포함된다는 내용은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맹 기사들은 카카오T 배차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발생하는 운임에 대해서도 케이엠솔루션에 가맹금을 내야 했다. 한 가맹 기사는 “도로를 배회하다 올린 콜 외의 수입인데 왜 그 수입까지 콜 제공의 총 수입금에 포함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가맹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운임 합계에 자신의 앱을 이용하지 않은 경우의 운임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을 계약서에 적시하지 않는 등 가맹기사들이 가맹금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하지도 않은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행위는 통상의 거래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가맹 택시 기사가 카카오T 앱을 이용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카카오T 배차 플랫폼 이용료를 포함해 미터기에서 확인되는 전체 운임 합계의 20%의 가맹금을 일괄 수취한 것”이라며 “케이엠솔루션이 이런 방식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가맹사업법상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계약조항을 설정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말 기준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 점유율은 제휴 계약을 체결한 대구·경북 지역을 포함해 전체 가맹 택시의 약 78.18%에 달한다.
공정위는 케이엠솔루션에 이런 행위를 중지하고 향후 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배회영업 등에 대해 가맹금을 수취하지 않도록 가맹기사들과 협의해 계약서 수정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공정위와 재차 협의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카카오T 가맹 상품은 ‘콜 중개’를 비롯해 인프라 시스템 등 택시 사업 운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모두 묶어 제공하는 일종의 ‘토털 패키지’이며 이는 배회영업 및 다른 앱을 통한 호출로 영업을 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배회영업에만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면 ‘승차 거부 없이 빨리 잡히는’ 가맹택시 서비스 본연의 취지가 퇴색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콜 골라잡기’를 인한 피해는 승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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