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회사 세워 ‘저수지’로 활용
아들·딸 등 가족 명의 총동원해
직무 관련 주식 매수했다 덜미
대학 동창이 투자 제안해오자
하루 만에 수백억대 투자 추진
200억원 중 166억 손실 내기도
건설근로자공제회 본부장 A씨는 팀장 시절 공제회 자금을 동원해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수억원은 개인적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공제회 돈으로 펀드를 운용하며 본인은 원금 손실 부담이 없는 구조에서 사익을 취한 것이다.
27일 감사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4월 알고 지내던 회계법인 직원으로부터 스페인 물류자산 투자 건을 소개받고선 솔깃했다. 공제회가 5개월 뒤 관련 펀드에 30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A씨는 추진력을 발휘했다.
그 사업은 외국 브로커를 끼고 진행됐다. 브로커는 수수료 명목으로 20만유로(당시 약 2억6000만원)를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차명회사를 설립하고선 이를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저수지’로 활용했다. 이후 처남과 아내 계좌를 정거장 삼아 차례로 거친 뒤 본인 계좌로 이체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억대 뭉칫돈을 챙겼다.
A씨는 자신의 차명회사가 공제회 자금으로 조성된 펀드를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밑작업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관련 서류 꾸미기에 필요한 공제회 이사장 명의 출자확인서를 마련하도록 했다. 부하직원은 A씨 지시에 따라 공제회 법인 인감도장도 부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자신의 차명회사에 공제회 투자 건을 알선하고 수수료로 3억원을 받아 챙겼다. 그의 아내는 이 회사에 취직해 2년간 급여 80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이 밖에도 규정을 어기고 직무와 관련된 회사 주식을 7억4500만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어머니와 아내, 아들, 딸 명의 계좌까지 총동원해 공제회가 투자한 상장·비상장사 주식을 매수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같은 공제회 B과장은 대학 동창의 스웨덴 전기차 업체 투자 제안에 사적 이해관계 신고 없이 투자 예정 금액을 200억∼300억원으로 정해 관련 부서에 통지했다. 동창으로부터 투자 설명을 들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뤄진 전광석화 결정이었다. 200억원 규모로 최종 결정된 해당 투자 건은 지난해 말 기준 83.1%(16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공제회들의 부동산 대체투자가 면밀한 위험성 검토 없이 부실하게 이뤄져 손실을 피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감사 지적 대상에 올랐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2018년 8월 미국 시카고의 한 사무실 관련 후순위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3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러한 투자는 지속적인 임대수익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그런데 공제회는 시카고 지역의 공실률이 높고, 투자 기간 중 주요 임차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등 내용의 투자운용사의 ‘경고’에도 투자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액 전액을 손해 볼 처지가 됐다.
대한소방공제회는 2020년 10월 충남 당진의 주거지역 내 상업용 빌딩을 지었다. 그 주변은 개발도 안 된 나대지로 방치돼 있고, 인근 공동주택 입주율은 14.9%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건물 임대율도 10.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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