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인근 고기압 발달, 열풍 몰고와
지구온난화는 날씨를 계속 무덥게 하는 게 아니라 들쭉날쭉하게 변화시킨다.
최근 5월 기온이 오락가락하며 종잡을 수 없게 변화한 데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 기온을 상승시켜 무더운 날만 많아지게 하는 게 아니라 ‘기후변동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같은 계절 안에서 폭염이 나타났다가 폭설이 내리는 요상한 날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락가락한 날씨, 지구온난화 증거”
지난 21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23도로 밤에는 열대야가 의심될 정도의 무더위가 나타났다. 그러다가 평년 기온으로 돌아오면서 그 다음 날 한여름 복장으로 나섰다가 다시 봄옷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날씨의 변덕은 한반도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해지면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됐다가 물러난 영향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한반도 남쪽의 고온 공기는 강해지고 북쪽의 찬 공기는 약해진다. 북극 기온도 올라 ‘한파의 주범’인 제트 기류가 약해지고 흐물흐물해진다. 제트 기류의 경로가 구불구불해질수록 남쪽의 더운 공기가 북상하기 쉽고, 동시에 북극 공기의 남하도 쉬워진다. 폭염이 나타났다가 폭설이 나타나는 지역이 늘어나는 걸 의미한다.

또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시 한쪽이 튀어오르는 것처럼, 한 지역의 고온 현상이 심해지면 찬 공기가 다른 쪽으로 이동하며 일부 지역에 강한 한파를 일으키는 ‘풍선 효과’도 나타나게 된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모든 지역이 고루 더워지는 게 아니란 뜻이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3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더워야 할 때 추위가 나타나는 건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힘 키우는 북태평양고기압…여름 무더위 예고
‘5월부터 오락가락한 날씨가 나타나는데 여름에는 얼마나 더울까.’
이런 우려는 올 여름에 현실이 될 전망이다. 한반도 폭염에 영향을 미치는 두 세력에는 ‘북태평양고기압’(한반도 남동쪽)과 ‘티베트고기압’(한반도 북서쪽)이 있는데, 이 중 무더위와 열대야, 폭염을 일으키는 주범인 북태평양고기압이 벌써부터 힘을 키우고 있어서다.

이것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 해수면이 상승할수록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차가워져서 내려오는 대류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렇게 공기가 쌓이면 고기압을 형성하는데, 지금 바다 수온이 오르며 우리나라 남동쪽에 형성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해지고 있다. 이 고기압은 고온다습한 남풍을 한반도로 끌어들인다. 다만 한반도에 ‘땡볕 더위’를 부르는 티베트고기압은 아직 영향이 불확실한 상태다.
김 교수는 “티베트고기압이 지난해 못지 않게 올해 우리나라 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개연성이 보인다”고 했지만, 반대 전망도 나온다. 티베트 지역에 예년보다 눈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이 고기압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티베트 고원에 눈이 많이 쌓이면 천천히 따뜻해져 고기압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이 경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고온건조한 바람을 끌고오는 티베트고기압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열풍을 불어대면 한반도는 뜨겁고 습한 공기에 갇히게 된다. 둘이 협공할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은 강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그 영향권에 든 일본 큐슈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장마전선이 형성돼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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