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귀를 찢을 듯한 폭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하늘을 올려보니 주한 미 공군 A-10 공격기가 낮은 고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과거엔 북한 기계화부대 남하를 저지할 ‘탱크 킬러’로 불리며 명성을 얻었던 A-10은 이제 퇴역을 눈앞에 둔 ‘노병’이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기자단이 21일 방문한 오산 공군기지는 언제나 그랬듯 활주로에선 전투기들이 뜨고 내리고, 벙커에선 24시간 내내 영공 감시를 위해 눈을 번뜩이는 장병들의 움직임으로 부산했다.

◆24시간 빛나는 눈, 한반도를 지킨다
오산 공군기지는 한반도 전구에서 한미 연합 공군작전의 최고 사령부 역할을 한다.
공군작전사령부와 더불어 영공과 방공식별구역(KADIZ), 우주까지 지휘·통제하는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 방공식별구역 내 모든 항공정보를 모으는 제1중앙방공통제소(MCRC)가 있다.
주한 미 7공군과 F-16을 주기종으로 하는 51전투비행단, 주한 미 우주군 등도 오산기지에 있다.

오산기지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미 공군이 건설했다. 1960년대부터 한미 연합 공중작전 개념이 적용됐지만, 활주로를 사용하는 미 7공군이 오산기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쓴다.
오산기지 소재 한국 공군작전사령부의 핵심은 KAOC와 MCRC다.
KAOC로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테블릿PC는 물론 스마트워치까지 소지가 금지됐다. 그만큼 고도의 보안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외부 공격을 차단하는 벙커에선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화생방 공격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방호력이다.
복잡하게 얽힌 복도 구조, 한국에선 보기 힘든 건물 양식, 미국 음식 냄새는 KAOC가 있는 벙커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는 것을 인식시켰다.

기자를 안내하던 공군 관계자는 “미군들이 먹는 할라피뇨 팝콘 냄새인데, 가격이 매우 싸다”고 설명했다. 이곳이 한미가 함께 연합작전 체제로 움직이는 곳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복도를 벗어나니 눈앞에 여러 개의 대형 모니터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KAOC 전투지휘소(Top Dais)였다.
모든 작전상황과 공역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전투지휘소는 한반도 유사시 구성되는 연합공군구성군사령부의 사령관(미 7공군 사령관)과 부사령관(한국 공군작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지원한다.
전국 곳곳에 있는 육·공군 레이더와 조기경보기 등이 수집한 정보들은 지휘부에 제공된다. 지휘부는 이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 등의 공중작전을 지휘한다. 육·해·공군 미사일 작전도 통제해서 적군의 핵심 능력을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미 공군은 현재 KAOC 신축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2016년 신축사업에 착수했으며, 설계 완료 단계에 있다. 새 KAOC은 작전 효율성을 고려해 항공작전과 정보분석 기능 등 더 많은 기능을 통합되고 방호기능이 향상될 전망이다.

MCRC는 ‘영공수호의 최전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중감시 콘솔들로 한반도와 주변 지역 공중정보가 끊임없이 전달된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기 특성상 잠깐만 눈을 돌려도 항적의 위치가 크게 달라지고, 심지어 놓칠 수도 있다. 고도의 긴장감이 감돌 수밖에 없다.
긴장이 높으면 피로도 쌓이는 법. 요원들의 컨디션 조절과 24시간 중단없는 임무 수행을 위해 MCRC는 5개의 통제대가 4교대 근무를 한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작전센터와 연동해서 탄도미사일 정보를 송수신하고 대응한다.
MCRC는 공중감시팀, 식별팀, 무기운영팀으로 구성되어 임무를 수행한다.
공중감시팀은 공군의 항공통제레이더, E-737 조기경보통제기, 육군 국지방공레이더와 해군의 이지스함 등이 탐지한 자료를 분석·판단한다. 실제 항적이라고 판단되면 실제 공중항적임을 표시한다.
식별팀은 비행계획서 대조, 피아식별장비 및 주파수 교신, 일본·중국 등 주변국 지휘통제소와 정보교환 등을 활용해 식별을 한다.
무기운영팀은 평시 공군 항공기의 훈련 및 작전 임무를 통제한다. 항공기가 기지에서 이륙하여 훈련 공역으로 이동할 때 항공 안전을 위해 경로상 항공 교통정보를 제공한다.
항공기가 임무 공역에 진입하여 훈련을 수행할 때에는 기수(Heading) 방향 조정 혹은 고도 분리를 지시하여 항적 분리 임무를 수행한다.
항적 정보를 확인할 수 없거나 북한 국적기로 식별되는 경우 또는 공군의 사전 허가 없이 방공식별구역에 접근·진입하면 무기운영팀이 대응전력을 투입한다.

◆북한 탄도미사일 모두 잡는다
오산기지에 있는 KAMD 작전센터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방어작전을 수행한다.
KAMD 작전센터는 2014년 12월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로 임무를 시작했다. 2016년 4월부터 성능개량을 추진, 2023년 7월 새롭게 작전을 개시하면서 KAMD 작전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항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것이 한층 뚜렷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이나 초대형방사포를 짧은 간격으로 발사할 때 항적이나 숫자를 오인할 위험도 낮아졌다는 평가다.
KAMD 작전센터는 24시간 무중단 임무 체제다. 따라서 MCRC처럼 5조 4교대 임무를 수행하한다.
공군 미사일감시대, 이지스함, 조기경보기 등에서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면, KAMD 작전센터에서 정보가 종합된다.
정보를 기반으로 예상낙하지점을 산출하여 각 군과 민간에 신속하게 경보를 전파한다. 탄도미사일은 통상 발사 이후 3분 내 수도권, 7~8분 내 부산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KAMD 작전센터의 경보전파는 매우 중요하다.

KAMD 작전센터에서 종합된 탄도미사일의 정보는 전술데이터링크를 통해 미사일방어포대에 전송하고, 예상낙탄지역 포대는 지대공 미사일을 통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게 된다.
탐지한 미사일 비행궤적을 역계산해 예상발사지점을 산출, 해당 정보를 KAMD 작전센터에서 카운터 탄도미사일(CBM) 작전상황실에 전송할 수도 있다.
CBM 작전상황실에서는 긴급표적처리절차를 통해 가용한 연합항공자산을 공격명령을 하달, 적의 이동식 발사대 등을 조기에 무력화시키는 킬 체인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KAOC 본부장 김승한 준장은 “여기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3축체계의 최일선에 서 있다는 각오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보내주시는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영공방위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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