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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선뜻 콩팥 내준 아빠…사랑으로 되찾은 건강

입력 : 2025-05-22 11:27:41 수정 : 2025-05-22 13: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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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으로 만성콩팥병을 이겨낸 이보영 환자(왼쪽)와 신장을 기증한 남편 김성환씨(오른쪽), 큰 딸 김혜진씨 가족사진. 이보영씨 제공

 

“아이들 크는 동안 아팠던 시간이 많아 여행은 꿈도 못 꿨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어디든 가족 여행을 가보려 합니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 해도 신장 기증이 당연한 일이 아닌데 자기가 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아해줬고, 덕분에 지금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 준 남편에게 28년 결혼생활 동안 못했던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년 전 이보영(51·여)씨는 갑자기 피곤하고 머리가 아파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일시적인 두통인줄 알았는데 ‘만성콩팥병’이었다. 치료를 하면서 관리를 했지만 결국 ‘말기신부전’으로 악화됐고 6년 전부터 혈액 투석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후 2021년, 신장이식을 꼭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때 이씨 남편 김성환(52)씨가 선뜻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남편이 기증한 신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은 이씨가 가정의 달 5월 생애 첫 가족여행을 준비한다는 근황을 21일 전했다. 둘이 결혼해서 하나의 부부로 성장하게 된다는 뜻에서 제정된 ‘부부의 날(5월21일)’을 맞이해서다.

 

전날 정기 외래를 찾은 이씨는 경과도 좋고 건강관리도 잘하고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수술 후 매일 근력운동과 2시간씩 걸으며 체력을 키운 덕분이다. 혈액투석 전 등산을 했었던 집 근처 전북 모악산을 바라보며 수술 후 꼭 다시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최근 등산로를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가족사랑으로 만성콩팥병을 이겨낸 이보영씨와 남편 김성환씨의 대학교 캠퍼스 커플 시절. 이보영씨 제공

 

이씨는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건강이 안 좋아져, 어려서부터 엄마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냈던 두 딸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큰 딸 김혜진(20대)씨는 ‘2020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진 수상자이기도 하다. 혈액 투석을 시작해 몸이 많이 아팠을 때라 다른 엄마들처럼 옆에서 도와주지 못해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건강 때문에 제대로 된 가족여행을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이씨의 올해 소망은 가족 네 명 모두 시간을 맞춰 어디든지 첫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보영 환자가 지난 20일 정기 외래진료를 위해 정병하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찾은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이씨는 “투석 받고 힘들 때는 건강하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건강을 되찾고 나서 가지 못했던 산에도 올라가보고, 먹고 싶었던 음식도 먹어 볼 수 있어서 건강이 곧 자유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환자들도 힘든 투병생활을 잘 이겨내어 자신처럼 곧 건강하고 자유로운 시간이 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어 “주치의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님, 수술해 주신 외과 윤상섭 교수님, 장기이식센터 간호사 선생님 등 치료해 주신 서울성모병원 모든 의료진들께 이 기회를 통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 수술 전 간절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늘 기도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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