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무역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나라는 높은 관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선트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2∼3주 내 관세 서한을 보낼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선의로 협상하지 않으면 ‘관세율’이라고 적힌 서한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라며 “협상하고 싶지 않다면 관세는 4월2일 수준으로 다시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번주 한국과 일본, 인도 등 비교적 교역 규모가 큰 국가들과의 협상을 앞두고 ‘속도전’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 중국이 ‘관세 휴전’이라는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자 이를 지켜본 다른 국가들이 협상 전략을 재검토하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외교를 통해 신속히 결론을 내려는 미국에 맞서 협상 속도를 늦추면서 고관세 부과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보다 거세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20일부터 미국 워싱턴 DC에서 균형무역,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국장급 실무 협의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미국에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을 코앞에 둔 우리를 ‘예외’로 인정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상호관세(25%) 유예 기한인 7월8일까지 포괄적 합의안인 ‘줄라이 패키지’를 도출하려면 일정 또한 촉박하다. 외교·통상라인을 총동원해 우리의 상황을 미국 측에 성의 있게 전달하고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미국과 ‘윈윈’할 수 있도록 협상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율 25%를 낮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한국·일본·유럽연합 등과 같은 오랜 동맹과 손쉽게 관세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농산물 등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자동차 비관세조치를 낮추는 방법으로 균형무역을 추구해야 한다. 또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방산·에너지 등 제조업 협력을 경제안보 카드로 제시한다면 국익을 최대화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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