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25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가 시작되면서 ‘팅커벨’(동양하루살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등 여름철에 출몰하는 곤충이 대량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곤충이 익충이라며 살충제를 이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시민들은 해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는 최근 이들 곤충에 대한 방제 조례를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7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유행성 도시해충 확산 실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붉은등우단털파리는 ‘공포·불쾌감을 유발하는 벌레’ 순위에서 바퀴벌레(66%·중복선택), 빈대(60.1%)에 이어 세번째(42.6%) 순위에 올랐다.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다.

서울시는 붉은등우단털파리를 이로운 곤충으로 홍보하고 있으나, 응답자의 27%만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6%는 ‘이로운 곤충이라도 대량 발생 시에 피해를 끼치면 해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는 지난해 붉은등우단털파리에 대해 “유충은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꿀벌과 같이 꽃의 수분을 돕는다”면서 익충이라고 소개했다. 동양하루살이에 대해서는 최근 영상 홍보물을 통해 “2급수 이상 물에 살며 입이 퇴화돼 물지 않고 병균을 옮기지도 않는다”며 해로운 곤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대량 발생하는 곤충이 정서적으로 불쾌감을 일으킨다며 해충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해충’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선주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리대상 해충의 범위를 급격히 개체수가 증가하는 유행성 도시해충도 관리대상으로 확장해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대량 발생하는 곤충을 ‘대발생 곤충’으로 정의하고, 서울시장이 체계적인 방제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시는 최근 ‘여름철 종합대책’을 통해 대발생 곤충에 대한 감시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발생을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시민에 관련 안내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익충에 대한 방제에 나설 경우,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려 다른 곤충이 대규모 출몰하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시 조례도 이러한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화학적 살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물뿌리기, 토양 뒤집기 등 방법으로 개체수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 위원은 “비화학적 방제 우선 원칙이 필요하다”며 “비화학적 방제를 최대한 활용 후, 화학물질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친환경 살충제 우선 사용 및 최소 용량 사용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