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추’는 영양적으로도 버릴 게 없는 채소다. 6월~11월이 제철로, 생으로 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고춧가루 형태로 찌개나 볶음 요리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같은 품종의 고추라도 한국산은 덜 맵고 빛깔이 고우며 입자가 부드러워 세계 시장에서 ‘최상품’ 대접을 받는다. 고춧가루를 만들고 남은 ‘고추 씨’를 버리기도 하는데, ‘고추 씨’에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집중돼 있다. 최근 고추씨가 뇌의 기억세포를 활성화하고 손상을 억제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17일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고추는 비타민A, 비타민 C, 칼륨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 체지방 분해에 효과적인 성분으로 알려진 ‘캡사이신’이 풍부한데. 비타민 C의 산화를 막아 영양소 손실이 막는 역할을 하며, 항산화 기능과 피로 해소, 활력 보충에 도움을 준다.
또 고추에는 ‘디하이드로캡사이신’ 등 캡사이시노이드 계열 알칼로이드가 다량 함유돼 있는데, 알칼로이드는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질소 함유 유기화합물로, 적은 양으로도 강한 약리 작용(藥理作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알칼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신경 보호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품종별 알칼로이드 함량은 생체중량 100g 기준으로 청양고추 28.7㎎, 꽈리고추 21.1㎎, 홍고추 3.3㎎, 오이고추 2.0㎎ 수준이다.

고춧가루를 만들고 버려지는 ‘고추 씨’에도 카로티노이드,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고추씨가 뇌의 기억세포를 활성화하고 손상을 억제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최근 대전대학교 연구진은 고추씨의 ‘루테올린’ 성분이 뇌의 해마세포를 활성화하고 신경독성을 억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효과는 고추보다 고추씨 추출물에서 월등했다.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퇴화하면 치매 등의 퇴행성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도 고추씨에 더 많다. 캡사이신 성분은 다이어트 효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식욕과 에너지 섭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지방축적을 막는 기능을 한다. 또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갈색지방을 자극해 체지방 감량을 돕는다.
캡사이신은 진통완화 효과도 갖고 있다. 고추의 매운맛이 처음에는 통증처럼 느껴지지만, 뇌의 신경세포 자극을 통해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통증을 잊게 한다. 그리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혈액의 흐름이 좋지 않아 생기는 신경통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매운맛은 위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졌지만, 고추 속 캡사이신에는 ‘위염 완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캡사이신을 섭취하면 신경에서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라는 물질 분비량이 증가하는데, CGRP가 세포에 작용하면 위염을 억제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고추를 먹을 때 씨를 털어버리거나 아예 씨를 제거하고 요리하면 그만큼 영양소가 크게 줄어드는 이유다.
고추 씨를 요리에 활용하는 법은 다양하다. 고추를 빻을 때 함께 갈아 김치를 담글 때 사용하거나 따로 분리해 ‘고추 기름’으로 짜내 요리에 활용해도 좋다. 쌀국수 등 국물 요리를 먹을 때 첨가해서 먹으면 음식의 감칠맛이 올라간다.

다만 고추 씨는 매운 성분이 강해 과하게 섭취할 경우 복통이나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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