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나 후보 내쫓기로는 이제 전과 4범”
민주당 “국민의힘은 정당 간판을 내리고 자진 해산하라”
국민의힘이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김문수 대선 후보를 사실상 경질하고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로 교체하는 절차에 착수하자, 정치권 전반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정당 민주주의 파괴’라는 반발이 거세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은 정당 간판을 내리고 자진 해산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들이 새벽 3시에 친윤이 미는 1명을 당으로 데려와 날치기로 단독 입후보시켰다. 직전에 기습 공고해 다른 사람 입후보를 물리적으로도 막았다”며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억지로 한덕수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내면국민으로부터 표를 얼마나 받을 것 같나”라며 “친윤들은 자기 기득권 연명을 바랄 뿐, 승리에는 애당초 관심 없었던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 추종자들에 휘둘리는 당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선 주자였던 안철수 의원은 간밤의 후보 교체 상황에 대해 “당 지도부는 당원들과 국민들이 잠든 한밤중에 기습 쿠데타처럼 민주적으로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를 취소시키고, 사실상 새 후보를 추대하는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세계 민주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한 흑역사와 치욕의 날로 기록되고 말 것”이라며 “21세기 대명천지에 비상계엄과 대선 후보 교체 쿠데타로 당을 폭망시켜서는안 된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은 “대국민 사기극이며 쿠데타”라며 “단 한 번의 TV 토론이나 후보 검증 절차 없이 특정 후보를 비대위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이는 심각한 당의 분열과 당의 존립을 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문수 후보를 도운 장동혁 의원은 “강제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김 후보를 한 후보로 가기 위한 페이스메이커 취급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에서 축출된 경험이 있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도 가세했다. 이 후보는 “대표나 후보 내쫓기로는 이제 전과 4범”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선거에 연속으로 이긴 당 대표를 생짜로 모욕줘서 쫓아낸 것을 반성할 것은 기대도 안 했지만, 사과할 것을 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운 줄은 아는가 했지만, 대선 후보를 놓고 동종 전과를 또 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당을 비판한 일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으며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던 사례를 비롯해 김기현·한동훈 전 대표가 사실상 축출당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를 비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강하게 반응했다. 황정아 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막장 사기극 끝에 대선 후보를 내란 대행에게 상납한 국민의힘은 공당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대선 쿠데타가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당 간판을 내리고 자진 해산하라. 이제는 국민의 힘이 아닌, 국민의 치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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