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단일화 시점·방법 접점 못 찾아
金 “자기는 입당 안 하고” 韓 “비하 표현”
金, 일주일 선거 운동 뒤 단일화 제안에
韓 “하지 말자는 얘기…시간 없다” 반박
韓, 지도부 지원설에 “논의한 적 없다”
회동 장소 주변선 지지자들 고성 오가
“왜 다 끝나고 나타나서 약속을 안 지키냐며 청구서를 내미느냐.”(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단일화는) 22번이나 김 후보가 약속한 일이다. 당장 오늘 저녁, 내일 아침에 하자.”(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김 후보와 한 후보가 8일 약 1시간 동안 ‘단일화 2차 담판’을 벌였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시점과 방법에는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도돌이표 대화’만 반복한 것이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며 당 지도부와 한 후보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11일까지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63분가량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 옆 카페에서 1 대 1로 만나 단일화 관련 대화를 나눴다.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된 전날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단일화가 되지 않는 이유를 서로에게 돌리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22번이나 저와 단일화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단일화를 제대로 못 하면 김 후보나 저나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번도 단일화 안 한다고 한 적 없다. 단일화의 첫번째 대상은 당연히 우리 (한 전) 총리님”이라며 “(한 후보가) 5월11일까지 단일화가 안 되면 후보 등록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상당히 놀랐다”고 했다.
또 김 후보는 “한 후보는 어디서 오셔 가지고 저더러 빨리 단일화하자고 하는데 제가 (단일화를) 약속했으니 저에게 ‘단일화 안 하면 당신 책임’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고, 한 후보는 “책임이 있다.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단일화를 약속하고도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1주일 뒤에 (단일화를) 하자는 건 하지 말잔 얘기랑 똑같다고 본다”며 “당장 오늘내일 결판을 내자. 모든 방법은 당에서 하라는 대로 다 받겠다”고 압박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명령에 가까운 희망을 볼 때 (단일화를) 미루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시간이 없다. 어떤 절차도 어떤 방식도 좋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공격하며 자신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김 후보는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 입당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왜 안 들어오시고 밖에 계셨나”라며 “공식적으로 하자 없이 선출된 후보에 대해 이렇게 요구하는 경우는 전 세계 정당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는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로) 무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저를 탄핵해 87일 동안 직무정지를 했다. 그때 못한 통상 문제를 정리하고 지난 1일 사직하고 2일 출마선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후보가 “국민의힘에 왜 안 들어오느냐고 하는 것은 정말 사소한 문제다. 단일화가 된다면 국민의힘에 즉각 입당하겠다”고 하자, 김 후보는 “(단일화가) 안 되면 안 들어오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의 ‘한 후보 지원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한 후보는 “당 지도부와 논의한 적도 없고, 의원들 전화도 받지 않는다”면서 “당이 저와 무슨 얘기를 해서 진행하는 건 절대 그렇지 않다. 김 후보가 그렇게 말한다면 해당 행위”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자기는 입당도 안 한 정당에서”라고 하자, 한 후보는 “‘자기’라는 말은 비하같다. 그렇게 말씀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두 후보는 회동을 시작할 때는 서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국무위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총리님”이라며 덕담을 나눴고, 포옹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회동 내내 신경전을 벌인 데 이어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순서를 두고도 ‘서로 먼저 하라’며 20분가량 기 싸움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취재진과 만나 “단일화가 안 되면 후보 등록도 안 한다는 후보와 단일화하라고 정당이 나서서 온갖 불법행위를 하는 건 역사상 없는 일”이라며 “(후보 교체 등) 당의 공식 후보를 해치는 행위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 몇 번씩 조사하고 경선을 해서 뽑은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정직하지 않고,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속 시원한 해결책을 드리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면서도 “단일화는 김 후보와 저 둘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요구고, 국민과 당원이 그 추동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1일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은 회동에 앞서 입구 양쪽에 도열해 ‘후보 등록 전 단일화’라는 손팻말을 들고 두 후보를 맞았다. 이들은 후보들에게 “오늘 결론을 내달라. 단일화 약속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또 두 후보의 만남이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되면서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회동 내내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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