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갭투자 사기로 세입자 36명이 전세보증금 88억 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8일, 속칭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피의자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임차인 36명에게서 전세보증금 약 88억 원을 받아 가로채고, 위조한 월세 계약서로 금융기관 12곳에서 71억 원 상당의 대출금을 추가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인천·일산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총 48채를 본인 및 친척 명의로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방식을 택했으며,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기존 대출 상환, 이자 납부, 생활비,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하며 돌려막기를 이어갔다.
특히 A씨는 전세보증금만으로는 추가 대출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거주 중인 임차인의 명의를 도용한 뒤 월세 계약서로 위조해 금융기관에 제출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12개 금융기관에서 총 약 71억 원을 대출받았으며, 여기에 공인중개사까지 범행에 가담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지난해 5월 불법 대출 관련 첩보를 입수하며 수사에 착수한 뒤, 타 경찰서에서 고소된 사건까지 병합해 수사에 속도를 낸 결과다. 경찰은 A씨 일당의 명의로 된 모든 주택을 전수 조사하고, 주거지 압수수색 및 계좌 추적을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당초 범행을 부인하던 A씨 측도 경찰의 정밀 수사에 결국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임차인 상당수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실제 행위자뿐 아니라 배후 세력까지 철저히 추적해 엄단할 방침”이라며 “범죄 수익 역시 끝까지 추적해 몰수·환수조치를 통해 서민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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