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년여 전 재해조사의견서 공개를 약속했지만 여태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재해조사의견서 비공개 이유에 대해 “중대재해 원인조사는 법 위반 여부 수사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 원인조사 결과물인 재해조사의견서를 공개할 경우 피의사실 공표 등 우려가 있는 만큼 공개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우선돼야 한단 취지다.
고용부가 재해조사의견서 작성이 형사절차의 ‘연장’이란 입장을 분명히 한 건데 당장 제도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단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작성된 재해조사의견서를 살펴봐도 ‘산업현장 안전·보건 증진 목적 외 용도 사용불가’라고 명시돼 있는 걸로 확인됐다. 다만 실상은 고용부조차 재해조사의견서를 처벌 목적의 형사절차 일환으로 운용하고 있는 처지인 것이다.

7일 본보가 입수한 한 재해조사의견서를 확인해보니, 여기엔 전문 형식으로 이 문건 성격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제56조의 ‘중대재해 원인을 규명해 산업재해의 예방 대책 수립’을 통한 안전 확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이 의견서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을 증진시킬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명시해놨다.
이는 고용부가 지난 6일 내놓은 ‘재해 원인 밝힐 의견서 공개 말뿐…2년 넘게 1건도 안 내놨다’(세계일보 6일자 10면 참고) 보도 관련 설명자료에서 밝힌 입장과 일부 배치된 걸로 보인다.
고용부는 여기서 재해조사의견서에 대해 “법 위반 여부 수사와 긴밀히 연계돼 있고, 실제로도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점에서 사고 경위, 원인, 생산공정 등을 폭넓게 조사해 대외 공개가 곤란한 민감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로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되지 않고는 재해조사의견서를 공개할 수 없단 취지였다.
의견서 내에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증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적시해놓고, 의견서 공개 문제와 관련해선 ‘수사와의 긴밀한 연계’를 ‘방패막이’로 삼는단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고용부가 (피의사실 공표 등) 그 문제로만 재해조사의견서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논리로 가져가고 있다”며 “(비공개를 위한) 알리바이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해 재해조사의견서 전문 내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증진 목적’이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수사와의 연계’ 또한 여기에 포함돼 배치되는 게 아니란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안전·보건 증진이란 부분이 어떻게 보면 넓게 해석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중대재해 원인조사는 거의 모든 걸 다 조사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수사랑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 수사나 재판에서 많이 활용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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