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前 ‘우호’ 강조 불구
‘51번째 주’ 거론되자 대결 양상
加에 관세 부과 입장 불변 확인
CNN “친근감 거의 안 느껴져”
오랜 ‘이웃사촌’이었던 미국과 캐나다의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카니 총리가 미국 백악관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경직된 양국 관계 회복을 의식한 듯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지만 결국 ‘뼈 있는’ 발언들이 이어지며 긴장감을 피할 수 없었다는 평가다.
카니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을 찾으며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서로의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최근 급격하게 고조된 양국 간 갈등을 이완하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 총선에서 자유당이 예상을 뒤엎고 승리하며 카니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한 데 대해 “정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전극 중 하나”라고 덕담했다. 카니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노동자, 안보, 국경의 재앙을 종식하고 세계 안보와 경제에 집중하는 혁신적인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정상회담 이전에는 최근 양국 갈등으로 인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카니 총리는 지난달 28일 총선 승리 뒤 승리 연설에서 “미국과의 구연(舊緣), 꾸준히 통합을 확대하는 것에 기초한 관계는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우정 이외에 그들(캐나다)에게 필요한 것이 없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필요로 한다”고 밝혀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를 적대했던 것처럼 카니 총리를 모질게 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심지어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만남 때와 같이 회담장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런 관측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또 다른 누구와 감정 폭발이 있었던 것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훨씬 달랐고 이건 매우 우호적인 대화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우호를 강조하는 외견상 분위기와는 별개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진 양국 간 현안에 관련해서는 대결 양상이 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에 대해 “난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밝히자 카니 총리는 “부동산으로 말씀드리자면 절대로 팔 수 없는 매물이 있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곳(백악관), 그리고 당신도 방문했던 버킹엄 궁전 같은 곳 등이다”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맞는 말”이라고 동조하면서도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절대’라는 말은 없다”고 받아쳤다.

관세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캐나다를 군사적으로 보호하고 있고, 항상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그건 돈 문제가 아니며 우리는 항상 보호할 것이지만 알다시피 공정하지는 않다”고 캐나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미국의 관세를 철회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이날 카니 총리가 할 수 있는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고 답해 관세 부과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간 변화하는 역학관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CNN은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어느 정도의 협력을 보장했지만 좋아하는 이웃과 만날 때 볼 수 있는 친근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은 회담”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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