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성금으로 지은 전주종합경기장
60년 넘게 시민 ‘축제의 장’ 자리매김
인프라 부족 만성화… 중심축 재설계
철거 후 소비 흐름·산업 구조 대개조
박람회 개최 목표 대형 컨벤션 조성
스포츠타운 연계 연중 ‘이벤트 도시’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역량 강화 기대
“지역 미래 여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
전북 전주시가 도심 한복판에 대형 마이스(MICE: 기업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복합단지를 조성한다. 60년간 시민의 생활 속에 자리했던 전주종합경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전시컨벤션센터와 호텔·백화점·문화시설·창업공간을 결합한 새로운 도시 플랫폼이다. 시는 단순한 도시개발이 아닌 ‘국제행사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개발을 통해 전시·회의 산업 기반을 다지고, 침체된 도심 상권을 회복하는 동시에 글로벌 이벤트 유치가 가능한 체류형 관광도시로 변모한다는 게 전주시 전략이다.

◆‘전주의 심장’ 마이스복합단지로 재탄생
7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종합경기장은 1963년 가을 ‘제44회 전국체전’을 치르기 위해 도민의 성금을 모아 건립된 전북 지역 대표적 체육시설이다. 두 차례 전국체전과 동계유니버시아드(1997), 대통령배 축구대회 등 굵직한 대회를 수용해 왔다. 1990년대에는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 홈구장과 전북 다이노스 축구단 홈경기장으로 활용되면서 프로 스포츠의 주무대가 됐다. 체육뿐 아니라 전주대사습놀이, 민속대회, 지역축제 등 다양한 시민 행사들이 이어지며 ‘전주의 심장’으로 불린 상징적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도시 기능 변화에 따라 대형 행사 유치가 어려워졌고, 전시는커녕 중형급 회의조차 치를 수 없는 도심 인프라 부족이 만성화했다. 지난해 전주에서 열린 한인비즈니스대회도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해 인근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을 빌려 임시로 대형 돔을 설치하고 치렀다. 시설 철거·설치에만 10억원 이상이 들었다.
이번 마이스복합단지 조성 사업은 이런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도시의 중심축을 재설계하는 대전환이라 할 수 있다. 마이스복합단지는 국제회의와 전시를 위한 공간에 숙박·쇼핑·문화·창업·교육 인프라를 함께 갖춘 복합 개발 프로젝트다. 도심 한가운데 대규모 연계 시설을 구성해 체류형 도시 기반을 마련하고, 소비 흐름과 산업 구조를 바꾸겠다는 게 주요 전략이다. 전주시는 철거된 종합경기장 부지에 미래 세대가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재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종합경기장이 시민들과 함께 만든 지난 시간을 담았다면, 이제는 그 기억 위에 다음 세대가 살아갈 공간을 짓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종합경기장 내 석면 제거, 부속 건물 해체를 완료했고, 현재 주경기장 본체에 대한 철거가 마무리 단계다. 전체 해체 면적은 3만6751㎡이며, 총 10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다음 달까지 철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전시컨벤션센터 부지 조성과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형 컨벤션에 호텔·쇼핑·문화시설까지
핵심 시설인 전시컨벤션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연면적 8만3000㎡)로 조성된다. 각각 1만㎡ 크기의 실내 전시장과 옥외 다목적 광장을 비롯해 2000석 규모의 대회의실, 20개 이상의 중소 회의실이 배치된다. 200실 이상을 갖춘 호텔과 9층 규모의 쇼핑몰, 전주시립미술관, 한국문화원형 콘텐츠전시관, 창업지원 공간(G-Town) 등도 함께 들어선다.
전북 최초의 대형 컨벤션 시설은 글로벌 회의·박람회 유치를 목표로 설계 중이다. 외관은 전통 한옥의 곡선미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지붕산수’ 콘셉트로 디자인하고 외부 공간은 시민 광장과 녹지로 구성해 시민에게 열린 공공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함께 들어서는 백화점은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이며, 호텔은 4성급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두 시설은 전시와 회의 수요에 따른 체류 기반을 제공하며, 쇼핑과 관광 수요까지 유입시켜 복합단지의 소비력을 높일 전망이다.
문화 콘텐츠 시설도 들어선다. 전주시립미술관(1만2000㎡)은 기획·상설 전시실과 어린이갤러리, 수장고, 교육체험실 등을 갖추고 지역 예술가 지원과 참여형 체험 콘텐츠 등을 통해 시민 문화활동 중심 거점으로 기능하게 된다.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은 실감형 전통문화 콘텐츠, 몰입영상관, 제작지원실 등으로 구성된다.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공간이자 지역 문화산업 브랜드 허브로 활용될 예정이다. 청년 창업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G-Town’은 지하 1층, 지상 4층(연면적 1만620㎡) 규모다. 메타버스 기반 아이디어 플랫폼, 온·오프라인 사업화 실증공간, 창업 지원 시설 등이 집약된다. 특히 마이스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콘텐츠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옛 종합경기장의 성화대와 관람석 등 상징물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으로 이전해, 전시컨벤션센터 내부에 시민들이 종합경기장을 추억할 수 있는 ‘기억의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마이스복합단지로 체류형 소비 생태계를”
이런 마이스 인프라는 ‘행사-숙박-소비-관광’으로 이어지는 체류형 소비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들과 연계한 회의 수요 유치, 전담 운영 조직 설립까지 추진해 지속 가능한 도시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주시는 최근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지로 선정되며 국제도시 전환의 발판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시는 월드컵경기장 일대를 중심으로 복합 스포츠타운을 조성해 마이스 복합단지와 함께 국제행사 수용 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복합 스포츠타운에는 최대 1만5000석 규모의 육상경기장과 드론스포츠복합센터, 야구장, 실내체육관 등이 집중된다. 기존 전주종합경기장의 기능을 대체할 시설이자 향후 전국 단위 대회는 물론 국제대회까지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다. 9월 세계 최초로 열릴 ‘2025 드론축구 월드컵’도 이곳에서 치른다.
이처럼 마이스 복합단지와 스포츠타운이 양축이 되는 도시 인프라가 완성되면 전주는 연중 국제회의, 전시,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365일 이벤트 도시’로 도약하게 된다. 이에 따라 숙박, 식음, 교통, 관광 등 전반의 경제 흐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도시 전반에 걸쳐 소비 동선을 창출해 침체된 도심 상권에도 활력이 유입되고, 문화와 기술, 산업을 융합한 미래형 콘텐츠 도시로 전주의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이번 마이스복합단지는 전주가 국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실질적 성장 기반”이라며 “전주의 미래를 여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범기 전주시장 “전시·숙박·문화기능 집약 도시 체질 바꾸는 출발점”
“전주 마이스(MICE) 복합단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위상 제고의 두 토끼를 잡는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범기(사진) 전북 전주시장은 전주종합경기장을 철거하고, 마이스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데 대해 이 같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이스복합단지 개발은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전북도로부터 이관받은 2005년 이후 20년 만이다.
우 시장은 7일 “복합단지 개발사업은 해결이 쉽지 않았던 오래된 과제였다”며 “제대로 된 컨벤션 공간 하나 없이 국제행사 유치에서 기회를 놓쳐 왔던 전주의 도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우 시장은 성공적인 마이스복합단지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핵심 시설인 전시컨벤션센터의 역할에 대해 “매년 수많은 전국 대회와 포럼이 열리지만, 전주는 공간 부족으로 유치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만큼 전시컨벤션센터가 들어서면 안정적인 행사 유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시장은 “향후 전시와 숙박, 쇼핑, 창업, 문화 기능이 한 공간에 집약되면 외부 방문객의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소비 동선이 도심 안으로 재편돼 지역경제에 분명히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마이스복합단지는 전주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가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선 “국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에서 마이스복합단지와 복합스포츠타운이 완성되면, 국제회의와 스포츠대회를 동시에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두 시설이 도시 전체를 무대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고 전주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우 시장은 “전주는 이제 장소가 없어 기회를 놓치는 도시가 아니라 기반을 갖추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며 “‘사람이 오고, 돈이 오는’ 흐름이 도심 안에서 만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컨벤션센터 완공 후 숙박, 외식, 교통, 문화 등 다양한 소비가 지역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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